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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영화가 뭐냐?" 는 질문에 내가 거의 빠짐없이 거론하는 영화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이다. 얼마전에도 이런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려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이 영화의 내용이 정작 제대로 기억나질 않는거다. 그러고보면 내가 기억하는 이 영화는 조각난 몇몇 장면들로 이루어진 단편적인 것들 이었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1995년도에 나왔으니 지금으로부터 12년 전...그렇다면 내가 중학생때 19세 이상 관람가인 이 영화를 봤다는 이야기인데, 어린 나는 도대체 이 영화의 무엇에 끌려 내용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지금까지 최고의 영화라고 말하는데 주저없었던 걸까.
그래서 결국 지난 주말에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벤(니콜라스 케이지)의 직업은 '시나리오 작가' 다.
심한 알콜중독자인 벤은 아내가 떠나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지, 술을 마셔서 아내가 떠난건지조차 기억하지 못할정도로 황폐한 상태다. 결국 그는 회사에서도 쫒겨나고, 약간의 퇴직금과 살던 집을 정리하고는 원없이 술을 마시다 죽을 생각을 하며 라스베가스로 떠난다.
 
벤이 라스베가스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세라(엘리자베스 슈)다. 우연한 첫 만남 이후 다시 벤을 만나게 된 세라는 돈을 줄테니 자기와 함께 가자는 벤을 따라 가지만,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그냥 밤새 함께 있어주기만을, 함께 이야기 하기만을 원하는 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너무나 외로웠던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되고 함께 살게 되지만, 변한건 없다.
벤은 여전히 술이 없으면 단 한순간도 버티지 못하고, 세라는 밤이되면 거리의 남자들을 찾아 일을 하러 나가고. 둘은 서로에게 바라는것도 강요하는것도 없다. 그냥 그 자체다. 서로가 좋을대로, 마음 가는대로.
 
결국 그들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벤은 술에취해 점점 죽어가고, 세라는 일에, 외로움에 점점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이 영화의 비극은 바로 이거였다. 변할 수 없다는거. 이미 정해진 결론을 거부할 수 없다는거. 그래서 알콜중독자인 벤에게 술통을 선물하는 세라의 모습이 감동적일 수 있었던거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뭔가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막연하게 떠올리며 상상하던 장면들과 이야기들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를 보면서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이런 분위기, 이런 이야기에 이런음악....
이러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그 당시에도 아마 강렬한 느낌으로 내게 각인될 수밖에 없었을거다.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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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드 트랙백 3 : 댓글 11

Trackback : http://forget.tistory.com/trackback/141 관련글 쓰기

  1. Subject: 팝아트 그리고 낸시랭 삭제

    TRACKBACK FROM La Valse 2007/01/11 00:43

    팝아트와 낸시랭의 논란...??야근이 잦아저서 점점 블러그에 소홀해 지려는데 나미다님이 블로그에 주제를 또 제공해주셨어요^^ pop art 팝아트"라는 단어를 알게된 건 옵아트를 알때였고 . 팝아트 단어를 이해할때는 앤디워홀의 그림이 한몫 했습니다. 처음에 옵아트. 팝아트에 대한 제 시각은 아주 좋지못했어요 . 팝아트같은 요소들이 대중들로 하여금 미술에거리감을 갖게 만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앤디워홀에 soup" 이란 작품을 보고는 더더욱 부정적이였어..

  2. Subject: [트랙백놀이] 좋아하는 영화 삭제

    TRACKBACK FROM La Valse 2007/01/12 00:31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 는 질문에 내가 거의 빠짐없이 거론하는 영화가 "아밀리에"이다.06 L'autre valse d'Amelie.mp3망각님 블로그에 놀러갔다가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 라는 말에 불끈해서 트랙백 결심했습니다^^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아밀리에 입니다^^ 간혹 에밀리에라고 한적도 있습니다;;아밀리에는 2001년에 개봉했다는데 제가 봤을땐 2002년이였나 .. 것두 비디오로 본거였습니다. 그뒤로 한 6번인가 본거 같은데 TV에서도..

  3. Subject: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1995) 삭제

    TRACKBACK FROM 작도닷넷 2007/06/04 03:53

    라스 베가스를 갔다 온 기념으로 챙겨봤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라는 제목과, 창녀와 알콜중독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사전지식만으로 영화를 보기 전에 미루어 짐작한 나의 스토리은 이렇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아마도 불치병에 걸려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술을 마시다 죽으려고 전 재산을 털어서 라스 베가스에 왔다. 진통제 대신 술을 마시며 하루 하루를 보내다가, 우연히 예쁘장한 창녀를 만나서 첫눈에 반한다. 마침 돈도 많겠다 싶어서, 있는 돈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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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agrage 2007/01/10 11:52

    가끔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데... 기억이 가물 가물 해질때가 있어서... 반복학습을 해야되요 ;;

    • addr | edit/del BlogIcon 망각 2007/01/10 23:38

      정말 반복학습이 필요한것 같았어요.
      오랜만에 본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는 정말 새롭게 감동적이더라구요..!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호밀 2007/01/10 23:41

    변할 수 없다는 부분에서 왠지 모르게 씁쓸한(?) 느낌이네요.

    • addr | edit/del BlogIcon 망각 2007/01/12 00:15

      처음 이 영화 봤을때는 그런것까진 못느꼈을텐데 지금 다시 보니 '변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슬프게 느껴지더라구요. 살다보니 정말 그런것이 있기도 하구요.

  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GRAPHOS 2007/01/11 23:50

    감동깊게 봤는데 영화의 내용이 정작 생각나지 않는 상황.. 저도 자주 그래요..
    그래서 인터넷 뒤적거려 줄거리 재학습..^^;

    누군에겐 쉬운일인데, 유독 본인에겐 굴레마냥 벗어나긴 힘든것들이 있긴해요..

    • addr | edit/del BlogIcon 망각 2007/01/12 00:17

      맞아요. 저도 기억이 안나면 줄거리를 찾아보는 편이긴한데, 전반적인 분위기나 어떤 장면에 대한것이 궁금하면 결국 다시 보는 수 밖에는 없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예전 영화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까미유 2007/01/12 00:32

    왜... 랜시랭이 트랙백으로..ㅡ,.ㅡ;;;;

    • addr | edit/del BlogIcon 망각 2007/01/12 00:42

      하하..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트랙백은 '달콤살벌' 포스팅에 트랙백 걸렸던데요. 어디에 걸리든 어떴습니까..^^;

    • addr | edit/del BlogIcon 까미유 2007/01/12 00:52

      +_+;;; 저도모르는 재주를 발위했군요;; 그런데 창피한 이느낌은.;;

  5.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montreal flower delivery 2009/10/15 16:01

    저영화 정말 좋았어여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9/10/20 09:13

      저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영화랍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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