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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에서 당첨된 티켓으로 뮤지컬을 보고왔다. 제목은 '텔미 온어 선데이'.
얼마전에 대학로 근방을 지나다가 '바다'가 나온다는 뮤지컬 포스터를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작품이었던 거다. 사실 포스터 느낌만 봐서는 왠지 화려하고 멋진 여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질것 같은 느낌이었고, 티스토리에서 여성블로거들에게 우선적으로 티켓을 준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이런 내 예상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던것 같다.

우선 이 뮤지컬이 가장 특이했던 이유가 '여성 모노 뮤지컬' 이란 점이다. 즉, 1시간 30분 가량되는 공연내내 여주인공 혼자서 뮤지컬을 이끌어간다. 연극이야 모노드라마 형식을 종종 봤었는데, 뮤지컬은 처음이었다. (알고보니 국내에서도 여성 모노 뮤지컬은 이 작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과연 이야기의 전개나 전환이 어떤식으로 이루어질지 궁금했었는데, 신기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매끄럽게 잘 흘러 갔다.  무엇보다 뮤지컬이 시작되고 난 후, 한번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한 배우에게 정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내가 오늘 본 공연에서는 '김선영'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는데, 가창력이나 연기나 정말 대단하더라. 덕분에 1시간30분 동안 온전히 이 뮤지컬에만 몰입할 수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여러가지 단점도 있었던 뮤지컬 이었다.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한명의 주인공만 등장하는 만큼 조금 밋밋한 느낌이 있었다. 세트나 소품, 조명을 통해서 이 부분을 많이 커버하려고 노력한것 같았으나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아마도 이런 느낌이 들었던 이유가 이 뮤지컬의 스토리에 있는것 같다. 이 뮤지컬의 내용은 '데니스'라는 런던 출신의 여자주인공이 자신의 친구와 바람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뉴욕으로 건너와 겪는 이야기 들이다. 그런데 그 '뉴욕 이야기'들이 또 역시 3명의 남자와 만났다가 차이는 이야기다. 누군가 만나서 한껏 들떠 있다가, 그 남자에게 차이고 절망하고...또 새로운 남자를 만나 즐겁다가, 또 차이고..이런 내용이 계속 반복되니 세번째 남자에게 차이는 부분에서는 심각한 장면임에도 공연장에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내가 좀 시니컬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 뮤지컬을 보고 '여자에겐 오직 남자가 전부란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데니스'라는 뮤지컬 주인공은 '브릿짓 존스' 저리가라로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 이긴 하나, 전반적으로 작품의 흐름이 너무나 밋밋해서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것도 같다.

하지만 스토리를 제외한 모든것은 굉장히 멋있었다. 음악도 한곡한곡이 모두 다 좋아서 OST가 나오면 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벽의 조명을 통한 무대효과도 신선했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무엇보다 주인공 배우가 너무나도 이 뮤지컬을 잘 소화해 낸것같다. 이것만으로도 오늘 이 뮤지컬의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될 정도다.


덧. 좋은 공연 보여주신 티스토리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