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30

살아가고/일기장 2007. 12. 1. 01:03 Posted by 주드

아래는 지난번에서 이어지는 상해통신.ㅋㅋ


#1.
오늘은 협력업체 직원분들과 저녁회식이 있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온 나 때문인지 장소는 한국식당 이었다. 다른 직원들 말을 들어보니 이곳이 상해에서 한국식 고깃집으로는 가장 유명한 곳이란다. 어쩐지 들어서는 순간부터 부담스러울 정도의 서비스가 이어지고, 분위기 자체도 굉장히 고급스러웠다. 음식맛도 오히려 한국보다 맛있다고 느껴질 정도.

그런데 상해는 회식 문화도 국내와 사뭇 달랐다.

우선 너무나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시키는거다. 대략 오늘 그 유명한 한국음식점에서 먹은 음식들을 나열해보면 잡채, 보쌈, 해물파전, 우삼겹, 돼지삼겹, 소갈비, 양념갈비, 소꼬리찜, 부대찌개 등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신기한건 위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있었다는거다.

그리고 회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술.
상해에서는 술 권하는 문화가 거의 없다고 한다. 대부분 마시고 싶은 사람이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신단다. 멋모르고 괜히 한국에서 하던 버릇처럼 술을 권했으면 실수할뻔. 뭐 주변 직원들이 날 위해 배려(?)를 해주는 바람에 딱 즐거울 정도로 술을 마시긴 했지만.ㅋㅋ

마지막으로 이곳의 회식은 정말 '맛있는 음식을 함께 모여서 먹는' 의미인것 같더라. 그래서인지 회식이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번 회식도 대략 5시부터 시작해서 7시30분쯤에 끝나 다들 각자 귀가했다. 한국에서라면 마구 불타오를(?) 타이밍인데....;;


#2.
아래는 말도 안통하는 상해에서 자칫 도둑으로 몰릴뻔한 아찔한 이야기다.

회식을 끝내고 생각보다 일찍 숙소에 들어온 나는 상해에서의 마지막밤을 즐기려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이곳 협력업체 사장님이 일부러 두개의 지하철역이 교차하는 중심가에 숙소를 얻어주셔서 조금만 걸어나가도 화려한 상해의 밤거리가 펼쳐졌다.

최대한 타지사람의 티를 안내려고 노력하면서 거리를 걸어다니다가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큰 건물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들어가 봤더니 쇼핑센터더라. 우리나라로 치면 코엑스 정도 되는 규모인듯.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는데, 아동복 코너에서 조카가 좋아할만한 셔츠를 발견! 안그래도 선물로 뭘 사줄까 고민하던 차에 나는 그 셔츠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또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지하에 '까르푸'가 있길래 또 호기심에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커피 하나를 사서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삐' 소리가 나는거다. 왜 계산이 안된 물건을 가지고 나가려는 사람에게서 나는 그 소리 말이다. 계산하는 아주머니가 뭐라뭐라 하는데 중국어가 내 귀에 들어올리가 있나. 영어로 중국어를 못한다고 말하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더니, 그 아주머니도 귀찮았는지 순순히 가라고 하는거다.(정말 운이좋았던것 같다. 국내 같았으면 바로 경찰 부르거나 몸수색을 하지 않나?) 나는 놀란 마음 진정시키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조카에게 주려고 산 셔츠를 꺼내보는 순간! 내가 도둑으로 몰릴뻔한 이유를 알았다. 셔츠에 도난방지 플라스틱텍이 그대로 붙어있었던것.계산했던 직원이 실수를 한것이다. 그때부터 난 그 플라스틱텍을 셔츠에서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아무리해도 힘으로 그걸 빼내기엔 무리인거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시가 다 되어가고..

결국 셔츠를 들고 다시 그 쇼핑몰을 급히 찾아갔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그 셔츠를 판 가게가 셔터를 내린상태. 당황해서 그 앞에 서있는데, 내려진 셔터 사이로 마감을 하는듯한 직원의 모습이 보이는거다. 겨우 소리쳐 그 직원을 불러서 짧은 영어실력으로 장황하게 상황설명을 하고는 셔츠의 텍을 떼어냈다. 상해까지와서는 이게 무슨 난리부르스인지.-_-;


#3.
예전에 도쿄에 갔을때 '사람들이 정말 개인적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상해에 와서도 현지 직원들로부터 상해 사람들은 굉장히 개인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남의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남들의 이목을 의식하지도 않는다는거다. 나는 이곳에서 몇일 지내면서도 사람들이 개인적이라는건 그다지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밤에 거리를 다니면서 확실히 느꼈다. 정말 과장이 아니라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거리 한복판에서 거의 한블럭당 한 커플이 수위가 높은(?)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거다. 처음 봤을때는 좀 놀라웠는데, 하도 많이 보이니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더라만은.


#4.
사실 상해에 와서 가장 놀랍고 적응이 안되었던 것은 차고 사람이고 거의 대부분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는거다. 거리마다 신호등이 있긴한데, 그건 정말 거리를 꾸미기 위한 장식인것 같다. 어느정도냐 하면 빨간불이라도 사람들이 단체로 길을 건너면 자연스레 차가 멈춰서고, 반대로 초록불이어도 차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멈춰선다. 화내고 소리지르고 욕하는일도 없고 아주 자연스럽다. 또한 중앙선 침범이 밥먹듯이 벌어지며,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도로에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데 다들 얼마나 험하게 다니는지 사고나는거 아닌가 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실제로 내가 상해에 와서 목격한 교통사고만 해도 무려 두건이다. 다행이 그다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5.
이번 출장 기간에 시간이 된다면 혼자 상해 지하철을 타고 가보고 싶은곳이 있었는데(상해에 한국의 '삼청동' 거리 비슷한 느낌의 골목이 있단다.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도 많이 볼 수 있다고 하고.), 예상보다 길어진 회의와 정해진 일정 때문에 결국 그 바램을 이루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여행이 아닌 출장이다보니 당연히 일을 우선시 한것이지만, 내일이면 서울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솔직히 좀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이번 출장에서는 혼자 이러저러한 많은 경험도 하고, '상해' 라는 지역에 대해서도 많이 알았고, 일과 관련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에 결론적으로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생각한다.


이렇게 내가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상해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서 이기도 하고, 일주일만에 다시 돌아가는 서울이 왠지 기대되기도 해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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