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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은 ‘루저’들을 다루는데 탁월하다. 전작 ‘세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신 분들은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아실거다. 그는 가진 것도 없고 딱히 삶에 대한 의욕도 없이 삶이 고달프고 지루하기만 한 사람들의 심리를 정말 잘 다룬다. 결코 그들을 동정하거나 비웃는 시선이 아닌, 정직하거나 혹은 냉정한 시선이다. 내가 임순례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은 그런 임순례 감독이 정말 오랜만에 발표한 신작이면서 그녀의 첫 상업영화이다. 그리고 이번 영화 역시 ‘루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달라진 점은 ‘이들은 진정한 영웅’ 이라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여자 핸드볼 경기’ 라는 소재도 정말 임순례 감독답다. 우선 우리 나라의 경우는 ‘여성 스포츠’가 ‘남성 스포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굉장히 인기가 없는 편 아닌가. 게다가 농구도 축구도 아닌 핸드볼 이라니. 올림픽 때마다 매달을 안겨주는 자랑스런 스포츠 이지만 그 4년에 한번씩 잠깐을 제외하면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는 종목이 아니 던가.

그런데 현실에서야 물론 그렇지만, 이 조건들이 영화로 옮겨와서는 더없이 좋은 플롯을 만들어 냈다. 비 인기 종목으로서 반드시 올림픽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선수들 개개인의 사정으로 인한 절박감이 합쳐져 더없이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사실 몇몇 캐릭터들(특히 엄태웅이 맡은 감독역할!) 이나 갈등들은 지나치게 고전적인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이런 설정들이 거북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촉매역할을 한다.

또한 이 영화가 ‘여성’ 을 다루는 시각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대한민국에서 ‘여자 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일들을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느끼고 공감하면서 그 안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너무나 세련되게 풀어놨으니 말이다.

그리고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 모두가 정말 ‘선수’ 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맡은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해 냈다. 이런 감독과 이런 배우들이 뭉쳐서 만든 이런 영화라니! 찍으면서 힘들기도 했겠지만 정말 재미있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그 동안 내 안에 잠들고 있던 영화에 대한 욕구가 잠시 꿈틀거리는걸 느꼈고..


흔히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 라고 한다.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해본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말에 공감 할 것이다. 나 역시 평소 축구를 제외한 모든 스포츠를 즐겨보는 사람으로서 이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스포츠’란 단어를 표현하기에 너무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미 결론이 나 모두가 결과를 알고 있는 스포츠 경기를 소재로 삼아 드라마틱하게 풀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평소 임순례 감독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제작 소식만 듣고서도 무척이나 기대했던 나였지만, 이 뻔한 플롯을 과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있는 그 결론을 앞두고 관객들을 다시금 숨죽이게 하는 임순례 감독의 연출은 정말 놀라웠다. 게다가 군더더기 없는 결말과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현실로 이어오는 엔딩까지… 임순례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내 마음에 드는 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 까지는 제목이 너무 길고 기존의 영화들과 헛갈려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왜 꼭 이 제목 이었어야 했는지... 이제는 좀 알것 같다. 아, 올해 한국영화 시작이 참 좋구나.


덧1. 영화예매권을 선물로 주신 신어지님께 감사! 덕분에 좋은영화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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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ubject: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7) _ 현실이 더 안타까운 이야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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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임순례 배우 : 문소리 / 김정은 / 엄태웅 / 김지영 / 조은지 장르 : 드라마 등급 : 전체 관람가 시간 : 124 분 개봉 : 2008-01-10 국가 : 한국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픽션입니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라고 할때 그 '실화'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바로 그 사실뿐입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은메달 획득함.이라는 사실을 위해, 영화는 결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픽션으..

  6. Subject: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8) 삭제

    TRACKBACK FROM 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 2008/01/22 23:40

    나에게 2008년을 열어준 첫 영화. 어쩌면 뻔한 스토리를 재미있게 엮어 놓은 것 같다. 문소리 씨와 김정은 씨의 연기도 좋았고. 특히 경기 마지막 장면은 (그러니까 실제 감독님과 선수들이 나오기 전 장면) 정말 좋았다. 스포츠 영화(?) 같지 않았다고 할까. 이 당선자께서 관람 중에 눈물까지 흘리셨다고 하니 한동안 흥행은 문제없겠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흥행을 발판으로 임순례 감독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7. Subject: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Forever The Moment, 2008) 삭제

    TRACKBACK FROM Different Tastes™ Ltd. 2008/09/22 23:49

    ★★★★☆ 우생순팀이 다시 동메달을 딴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도 한참 지나서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봤다. 임순례 감독 작품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겠지만 막연하게 상상하고 있었던 것 보다 그림이 훨씬 더 깔끔하더라. 문소리는 물론이고 김정은이나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다. 올해 초 이 영화가 흥행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기대에 못미친다는 얘기가 함께 들리곤 했었는데 그 분들은 아마도 대단히 심오한 영화를 기대했거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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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true 2008/01/15 01:24

    정말 좋았죠?ㅎㅎ
    와 이웃분께 영화예매권으로 보셨구나..ㅎㅎ
    저도 예전에 이웃분께 콘서트티켓 받아 본적이 있어요^^

    60만명 이상 기록했다니 임순례 감독의 '최초의 흥행영화'도 되겠지요..?^^v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15 09:27

      벌써 60만명 이요? 와. 올해 한국영화 시작부터 대박이네요.^^;
      저도 기대만큼이나 재미있게 봤답니다. 언더에서 오버로 넘어오는 많은 감독들이 그 차이를 잘 극복하지 못하던데, 역시 임순례 감독은 대단한것 같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생강 2008/01/15 01:50

    제 취향은 아니지만(물론 막상 보면 재밌을 거라는 건 알지만요ㅎ) 정말 잘 됐으면 하는 영화예요~건강한!! 여자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더더욱.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15 09:30

      여러가지 이유에서 저도 이 영화를 응원했더랬어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가 응원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영화더군요. '스포츠' 만을 다뤘다면 제가 이렇게 좋게 보지 않았을텐데, 그 안에 '여자'들이 있고 또 그 안에 '실패와 좌절'이 있어서 더 좋았던것 같습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brownlily 2008/01/15 08:52

    울회사 과장님도 보고 와서는 좋았다고.
    돈!때문이라는 현실적이 이유도 좋았다고 하구.
    근데 김정은 연기가 거슬렸다고 하던데.
    저도 함 봐야겠어요.
    저 주말에 레인 오버 미도 봤잖아요 ㅋ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15 09:34

      '레인 오버 미'는 어떠셨나요?^^
      김정은의 연기는 사실 이전 작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그래도 잘하는 배우들 사이에 있으니 분위기 때문에 그런지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더라구요. 반면에 문소리의 연기는 정말 최고에요! 전체적으로 공던지는 언니들이 어찌나 멋지던지..+_+;

  4.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1004ant 2008/01/15 09:32

    트랙백에 '영화쓰는 웹기획자'라고 해서 누군가 했네요... 전 청춘이 좋은데... 모든 사건엔 찬반이 있겠지만 말이죠... 슈리님의 like a movie에서 영화보는 꼬꼬마 (?)는 좋았다는 ㅜ.ㅜ

    캐릭터들보단 핸드볼이란 스포츠가 더 루져같죠. 승리해도 잃을 수 밖에 없는 패자...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15 09:37

      제 정체성을 좀 명확하게 하려고 블로그 이름을 바꿨습니다. 안그래도 관련 글을 쓰려고 했는데, '우생순'을 보고 급히 이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먼저 리뷰를 등록하게 된거구요.^^; 암튼 나름 이유가 있어서 변경하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많은 방문과 잦은 덧글 부탁 드립니다. 하핫.

      영화속에서 다루는 스포츠가 '핸드볼' 이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 이런 스포츠들 많죠. 일반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이만큼의 드라마를 뽑아내는 임순례 감독이 정말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5.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Stephan 2008/01/15 09:39

    한국영화계에서 "스포츠 드라마"류의 영화가 본격적으로 선보였다는데에는 의의를 둘만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어요^^ 캐릭터, 전개 등의 틀도 같지만 감동을 주는 포인트까지 그간의 이런 류 영화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다보니 영화의 신선함, 나아가 감동도 제게는 떨어지더군요.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15 09:45

      확실히 여러면에서 진부한 느낌이 없지 않았죠. 하지만 그녀들의 결론이 결국 '우승' 이 아니었음에도 그 과정으로 인해 이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저에겐 색다르게 다가오더군요. 임순례 감독이 상업영화를 만들기 위한 안전하면서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들구요.^^

  6.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아쉬타카 2008/01/15 12:19

    저는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조금 아쉬운감이 있었지만, 말씀하신대로 임순례 감독의 상업영화라는 점에서는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예 실존 인물들과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으면 더 감동적이지 않았을까도 생각되네요 ^^;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15 13:02

      물론 아네테 올림픽에서의 승부가 정말 감동적이긴 했지만, 실제 선수들을 모델로 다큐를 찍기엔 좀 약할것 같아요. 무엇보다 드라마틱한 플롯 없이 비주류 스포츠에 대한 애환만 다루다보면 좀 지루해질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사실과 허구가 합쳐져서 꽤 괜찮은 플롯이 탄생한것 같구요.

      그런데 이 영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네요. 관객수를 보니 흥행은 잘되는것 같지만요.

  7.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신어지 2008/01/15 13:24

    주드님 리뷰를 보니 저도 갑자기 보고 싶어지네요.
    근데 요즘 왜이리 급, 들이 많은 건지. ㅋㅋ

    저 포스터는 처음 봅니다. 저렇게 놓고 보니 조은지가
    넘 불쌍하다는. ㅠ.ㅠ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15 15:36

      일부러 네명이 다 나온 포스터를 찾아 올렸지요. 영화속에서 '핸드볼은 팀웍이 중요한 단체 경기이다' 라는 식의 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영화 자체도 네 배우의 균형이 아주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조은지'씨는 영화 '후아유' 이후에 가장 인상깊은 역할 이었던것 같습니다.^^;

  8.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w0rm9 2008/01/15 15:26

    맞트랙백 날립니다. 감상평 잘 보고 갑니다^^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15 15:38

      네~ 저도 w0rm9님 리뷰 잘 봤답니다. 몇몇분들 리뷰를 봤는데, 평가가 극과극으로 갈리더군요.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지신 분들의 생각을 알아가는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9.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1004ant 2008/01/15 17:33

    무릎테이핑.. 모두 왼쪽 무릎인데.. 너무 질서 정연하단 느낌마저 듭니다.. ^^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15 18:32

      듣고보니 정말 그렇네요! 그런데 1004ant님의 관심은 다리? 하핫 농담입니다.^^;

  10.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clozer 2008/01/15 23:29

    저도 올해의 첫 영화로 이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16 09:29

      저도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봤는데,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극을 달리는것 같더라구요. 암튼 그래도 지금 추세를 보면 흥행도 꽤 되는것 같아서 괜히 제가 기분좋네요.^^;

  1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천군 2008/01/16 10:46

    주드님의 리뷰가 더 감동적인 것 같아요. ^^ 개인적으로 영화는 볼만했으나, 아쉬웠다 정도. 조은지씨 덕에 본전 생각은 안 났던것 같네요. ㅎㅎ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16 13:03

      과찬이십니다.^^; 영화에 대한 생각은 이 리뷰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당시 영화를 보자마자 너무 감정적으로 리뷰를 쓴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다시 읽어보니 참 두서없는 글이라는..ㅋㅋ 참, 저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조은지씨 봐서 반가웠답니다.

  12.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Fallen Angel 2008/01/20 17:15

    괜찮은 모양이군여...
    와이키키브라더스는 좋았는데 아직 이영화는 못봤네여....시간이 없어서 구정때나 볼라나...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1/21 09:28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구정때까지 상영을 할것 같네요. 그런데 와이키키 브라더스나 세친구를 생각하시고 보시면 조금 실망하실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이 영화는 상업영화다 보니 고전적인 클리쉐들이 좀 많이 등장 하거든요. 그래도 저는 굉장히 즐겁게 봤답니다.^^;

  13.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신어지 2008/09/22 23:52

    이제야 봤습니다. 제가 드린 예매권으로 참 좋은 영화 보셨군요. ㅎㅎ
    임순례 감독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으면서 대중적인 취향을 적절히
    배려해준 솜씨가 무척 훌륭했습니다. ^^

    • addr | edit/del BlogIcon 주드 2008/09/23 11:10

      네~ 저에게 좋은일 하신겁니다.ㅎㅎ
      이 영화 성공을 계기로 임순례 감독의 다음 작품을 어서 만나봤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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