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서 새삼 중요하다고 느끼는것이 '소통'과 '대화' 이다. 지금 국가적으로도 가장 문제인것이 이 부분인것 같고, 내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는 편이다. 때문에 나는 '소통'과 '대화'를 재치있게 풀어낸 이 영화를 보면서 마냥 웃으며 즐기기 보다는, 그 이상을 생각하게 된것 같다.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영재는 잘 풀리지 않는 시나리오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고 항상 일방적으로 말하는 자신에게 지쳐 떠나버린 여자친구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갑자기 실어증에 걸리게 된다. 영화는 평소 모두를 질리게 할 정도로 행동보다는 말이 앞섰던 영재가 말을 못하게 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변해 가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는 위의 상황들을 독립영화다운 기발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감독의 의견을 듣고 싶어하는 영화 투자자들에게 말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영재를 대신해 옆에 있던 배우가 복화술로 영재가 직접 말 하는 척 연기하는 장면이나, 어느순간 영재가 말을 하면 목소리 대신 악기소리가 나면서 연주를 하는 상황들은 황당하면서도 나름의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마이크를 써야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는 설정들에서 나타나는 은유는 재미를 넘어 의미심장 하기까지 하다.
또한 무엇보다 입봉을 앞두고 고민하는 신인감독의 묘사가 나에겐 너무 재밌었다. 영재가 자신이 쓰는 시나리오의 시놉시스를 사람들에게 설명하며 무아지경에 빠지는 모습이나,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좌절하는 모습,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뭐든지 정당화 시키려 애쓰는 모습들은 윤성호 감독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했다.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상황들 이지만 한발짝 물러나 관객입장에서 보면 재미있는 해프닝 들이다.
영화속에서 영재는 자신이 찍은 단편영화의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고민하는 주연배우에게 무조건 '소통'을 연관시켜 말하라는 식으로 이야기 한다.('소통' 외에도 뭔가가 더 있었던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정작 자신은 타인과의 소통에 큰 문제를 않고 있으면서, 그걸 깨닫지 못한 채 단지 습관적으로 '소통'을 들먹이는 영재. 이런 영재는 갑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판타스틱한 상황을 겪으면서 자신의 과오를 깨닫게 되지만, 영화보다 훨씬 더 텁텁한 현실속을 살고있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깨달아야 할지 괜시리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다시 만나고 싶다고, 다시 대화하고 싶다고 말하는 영재에게 그동안 우리는 한번도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영재의 여자친구의 씁쓸한 표정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덧. 이 영화에서 '영재' 역할을 맡은 배우 '임지규'는 확실히 국내 독립영화계에서 주목할만한 배우인것 같다. 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보고서도 느꼈지만, 맡은 캐릭터의 느낌을 참 잘 살리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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