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미 인'은 뱀파이어 소녀와 한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슬프고도 서정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특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온통 까만 겨울밤, 하얗게 내린 눈 위로 시리도록 빨갛게 번지는 피가 문득 아름답다고 생각 될 만큼 미장센이 굉장히 좋다. 비교적 대사가 적은 편으로, 한마디 말 보다는 하나의 장면을 통해 그 이상의 느낌을 전달하면서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영화다.

사람의 피를 먹어야 하고, 햇빛을 보면 안되는 뱀파이어의 습성(?)이 이 영화에서도 주요 갈등요소로 등장하는데, 일반적인 뱀파이어 영화들이 그들의 힘을 과시하거나 비극적인 운명을 이야기하는 내용인 반면 '렛 미 인'엔 단지 생존을 위해 벌이는 건조한 살인과 그로인한 약간의 동요가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아름답고 특별하게 만드는 건, 서로에게 위로 받고 싶어하는 상처받은 두 아이가 서로를 보듬게 되는 과정들이다. 처음 서로를 알게되는 순간 부터 마지막 엔딩의 순간까지 이들이 주고받는 순수한 감정들과 선택들은 '살인' 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조차도 넘어 설 정도로 더욱 안타깝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추천해 주셔서 어떤 작품일지 궁금했었는데, 역시나 충분히 훌륭하고 가치있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아마도 내가 올해 봤던 영화들 중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는 이 작품이 최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덧1. 이 영화의 원작 소설 번역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라 들었는데, 언제쯤 나오려나 모르겠다. 물론 무조건 구매예정이다.
덧2. 워낙 장면들이 좋고,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제작된 포스터도 굉장히 멋져서 관련 이미지 자료들을 모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