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대로 정말 멋진 영화였다. 작은 오해와 갈등으로 비롯된 영화 속 비극적인 이야기는 누군가의 잊고 있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다시 마음을 아프게 할 만큼의 힘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가 결말을 향해 갈 수록 극장안은 숨죽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과 나 처럼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고 멍하니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들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단순한 스토리이지만 이렇게 힘이 가득한 영화가 될 수 있었던건 연출의 힘이 컸다고 본다.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믿었던 존재들로부터 심각한 상처를 받은 후, 그리고 그 상처를 드러내는 과정으로 인해 상대방 역시 자신으로 하여금 본인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서로간에 틀어지는 감정의 선이 굵고 강렬하게 나타나는 작품이다.

영화는 3명의 아이들이 겪은 상황들을 주축으로 한 남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되짚어가는 형식이나, 당사자가 아닌 타인으로서는 그들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로 하여금 그들이 겪은 일들을 돌이켜보고 다시 생각하게 만들지만, 정작 사실에 다가서긴 힘들다. 아마 사실을 모두 알았다고 해도 과연 이해할 수 있었을까.

영화를 다 본 후, 내 마음이 그리도 쓰렸던 이유는 영화 속 아이들이 느꼈을 깊은 상실감이 그대로 나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리없이 슬펐던 영화도, 마음 아팠던 영화도 오랜만이라 사실 좀 반갑기도 했다.


덧. 홍대 '상상마당' 상영관에 처음 가봤는데, 극장이나 상영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앞으로 종종 찾게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