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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영화/드라마'에 해당되는 글 289건

  1. 2011.05.16 무산일기(2010) - ★★★★
  2. 2011.05.01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3. 2011.03.20 파수꾼(2011) - ★★★★
  4. 2011.01.05 황해(2010) - ★★★★
  5. 2010.11.25 이층의 악당(2010) - ★★★★ (5)


'여기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라는 이 영화의 포스터 문구가 너무 절절하게 다가왔던 영화. 이 영화는 한마디로 '탈북자 청년의 남한 생활 적응기' 인데, 단지 '탈북자' 라는 사실 만으로 온갖 차별과 폭력을 견뎌 내면서도 '잘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어느 사회에서나 먹이사슬이 존재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영화 속 이야기에서 '탈북자' 라는 소재 보다는 '그래도 계속되어야하는 삶'에 대해서 말하려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화 속 주인공은 아무리 서울에서의 삶이 힘들고 고단해도 매일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속에 살아야 했던 무산에서의 삶보다 낫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점차 자신의 신념과 생각이 뒤틀리며 여기서고 저기서고 살아남기 위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버린듯한 주인공의 공허한 눈빛이 인상깊었다.

그렇기에 다소 급작스럽고 조금 의아하기도 했던 영화의 엔딩은 이러한 세상속에서 그가 느꼈을 허무함과 슬픔을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시키며 더 큰 공허함을 불어일으키는데 있어 적절한 연출이 아니었나 싶다.

올해 너무나 멋진 독립영화들을 자주 접할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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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푸익'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난 처음 영화로 이 작품을 보고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는데, 국내에서 연극으로 올려진다기에 좀 궁금했던 작품. 하지만 요새 주로 영화만 보다보니 좀 비싸다 생각되는 티켓 가격과, 이미 인기가 많아 표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소문을 듣고 포기하려던차에 마침 지인분이 티켓을 건네 주셔서 얼마전에 보고 왔다.

내가 봤던 연극은 김승대씨와 박은태씨 캐스팅의 공연. 이상하게도 공연이 시작됐음에도 좀 소란스럽던 객석이었는데, 배우들이 전혀 동요하지 않고 굉장한 집중력을 보여주어 연극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일단 공연의 내용과는 별개로 배우들이 참 멋지다고 생각됐던 순간.

그러나 원작의 각색에 있어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일단 원작을 모르는채 처음으로 이 연극을 접하는 관객들이 이 연극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이에 연장선상으로 원작의 해석에 있어서도 주인공들의 이념과 신념에 대한 고민들 보단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뭔가를 터트리기 위해 집중한 느낌이었다. 덕분에 '발렌틴' 이란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되어 그저 자기 살자고 주변 사람들 괴롭게하는 민폐 캐릭터로 느껴지기도.

무대 장치들의 활용은 좋았다.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보니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던건 아니었지만, 클라이막스 부분에 두 배우의 실루엣을 활용한 장치는 그 순간의 긴장감과 애틋함을 잘 살렸다. 모든 장면들 중 가장 신중하게 공들인 느낌.

기대가 커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하고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니 그 자체로 설레고 즐거웠던 공연이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무려 VIP티켓을 선사해 주신 지인분께도 감사.


덧. 이 공연을 봤던 아트원 씨어터 1관은 공연장 객석 구조가 정말 엉망이었다. 뒷쪽 자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통로밖에 없었는데, 그 통로에도 객석을 만들어놔 모든 사람들이 뒷쪽으로 다 들어갈때까지 계속 비켜주고, 끊임없이 움직여줘야 했기 때문. 하지만 앞쪽이란 이유로 그 통로 자리는 무려 VIP석이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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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대로 정말 멋진 영화였다. 작은 오해와 갈등으로 비롯된 영화 속 비극적인 이야기는 누군가의 잊고 있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다시 마음을 아프게 할 만큼의 힘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가 결말을 향해 갈 수록 극장안은 숨죽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과 나 처럼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고 멍하니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들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단순한 스토리이지만 이렇게 힘이 가득한 영화가 될 수 있었던건 연출의 힘이 컸다고 본다.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믿었던 존재들로부터 심각한 상처를 받은 후, 그리고 그 상처를 드러내는 과정으로 인해 상대방 역시 자신으로 하여금 본인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서로간에 틀어지는 감정의 선이 굵고 강렬하게 나타나는 작품이다.

영화는 3명의 아이들이 겪은 상황들을 주축으로 한 남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되짚어가는 형식이나, 당사자가 아닌 타인으로서는 그들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로 하여금 그들이 겪은 일들을 돌이켜보고 다시 생각하게 만들지만, 정작 사실에 다가서긴 힘들다. 아마 사실을 모두 알았다고 해도 과연 이해할 수 있었을까.

영화를 다 본 후, 내 마음이 그리도 쓰렸던 이유는 영화 속 아이들이 느꼈을 깊은 상실감이 그대로 나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리없이 슬펐던 영화도, 마음 아팠던 영화도 오랜만이라 사실 좀 반갑기도 했다.


덧. 홍대 '상상마당' 상영관에 처음 가봤는데, 극장이나 상영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앞으로 종종 찾게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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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엄청난 물량공세에 감탄. '추격자' 성공으로 인해 스케일이 엄청 커진 듯 하다. 듣기로는 CG안쓰고 모두 날 것 그대로 촬영했다는데 결과물이 꽤 놀랍다. 너덜너덜한 영화 속 주인공들에 비해 차량씬이나 액션씬들이 너무 과해서 오히려 좀 어색한 느낌마져.

- 챕터를 나누어 진행되는 영화의 구성은 호흡이 긴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궂이 각 챕터별로 제목을 달지 않아도 이해갈만한, 어찌보면 참 단순한 이야기였지만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때마다 나에겐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2시간3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에도 별로 지루하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역시나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듯 한데, 영화에서 던져주는 단서 그대로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제일 간편하고 쉬우나 오히려 그래서 사람들은 뭔가 더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거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는데, 생각들이 이어지다보니 결국엔 '황해'가 아닌 전혀 새로운 영화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관뒀다.

- 결론적으로 소문이야 어떻든 나홍진 감독의 영화는 앞으로 계속 주목하게 될 듯 하다. 아, 그리고 하정우. 어떤 역할을 맡던 그는 참 빛나더라. 하정우도 김윤석도 '추격자'와 같은 조합이라 좀 식상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이들을 대체할만한 배우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 나에겐 올해를 시작하는 영화로서 이야기자체는 어둡고 막막하고 절박했지만, 영화자체는 꽤 강렬하고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약간 스포일러]

- 영화보는 내내 구남의 부인과 김승현 교수의 부인의 모습이 마치 동일인인듯 겹쳐 보였다. 촬영 구도도 그렇고, 배우의 비주얼도 비슷한 느낌인걸 보면 감독이 의도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보면 구남의 마지막 선택이 조금 더 설득적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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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곤 감독은 확실히 소동극으로 포장된 로맨틱 코미디에 재능이 넘치는 감독인듯.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시작해서 '이층의 악당' 까지 그의 유머 코드는 정말 남다르다.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뭔가 허를 찌르는 개그라 황당하면서도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달까.

이번 영화는 스토리 자체가 너무 하나의 사건에 집중 되다 보니 주인공들의 멜로 코드(?)가 좀 느슨해져서 후반부의 결말이 좀 억지스럽기도 한데, 생각해보면 가장 안전한 전개 이기도 한 듯. 뭔가 무리수를 뒀다면 영화는 좀 더 독특해 질 수 있었겠지만, 대중영화로서 이 정도선에서 타협점을 찾은것도 난 괜찮았다.

무엇보다 반가운건 이번 영화로 확실히 재기에 성공한 듯 보이는 한석규의 모습. 그 동안 그가 해 왔던 작품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야말로 배우로서의 '감'을 확실히 되찾은듯 느껴졌다. 김혜수와의 조합도 굉장히 좋았고.

그리고 '이층의 악당'은 시나리오가 아주 영리한 작품. 공간이 거의 한 곳으로 집중되어 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아슬아슬 재치넘치게 잘 풀어냈다. 역시 아이디어만 좋아도 승산은 있는 듯. 특히나 지하실 시퀸스의 경우는 정말 압권이다. 개인적으론 올해 본 영화 속 장면들 중 베스트에 속함.

어느덧 연말이라 올해에 봤던 영화들 중 어떤 작품들이 좋았던가를 잠깐 생각했었는데, 그 리스트에 '이층의 악당'도 추가 해야 될 것 같다.


덧. 극장에선 제발 조용히 영화만 봅시다!! 내 뒤에 앉은 남자 둘이 영화 보는 내내 장면 바뀔때마다 소근소근 코멘트를 달아대는데(물론 나에게는 다 들림) 정말 환장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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