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를 아주 막막하고 힘빠지게 하는 영화를 만났다. 영화가 후져서 그런게 아니라, 반대로 너무 좋아서 말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이 욕으로 이루어진 대사들도, 너무나 불편했던 무자비한 폭력과 학대 장면들도, 희망이란 찾아볼수도 없고 어울리지도 않는 그들의 상황들도, 예상은 했지만 제발 아니길 바랬던 이 영화의 결말을 보고나서도 답답하고 안쓰러운 마음과는 달리 마음 한켠에서는 좋은 영화를 만났을때 느껴지는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화두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주인공 남자가 행하는 무자비한 폭력과 행동들, 그리고 그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상황들은 관객들에게 그를 이해시키려 한다기 보다는 그냥 툭 던저놓아 버린다. 그렇기에 굉장히 불친절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그가 오래된 폭력과 가부장적 권위의식의 피해자이며 그의 행동들이 그것에 대한 증오로부터 비롯됐다는걸 알게 된 이후에는 마치 복수의 대상을 잃어버린 검객마냥 굉장히 공허하고 허탈해졌다. 그에 더해 사건의 해소가 아닌 반복을 암시하는 이 영화의 결말에는 섬뜩한 느낌마져 들었다.

이 영화로 인해 그 동안 '배우' 라고만 생각했던 양익준은 이제 나에게 독특한 느낌의 배우이자, 실력있는 감독이자, 무엇보다 부러울만큼 멋진 시나리오 작가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보여지는 정서나 몇몇 장면들은 왠지 감독의 경험에서 파생된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훌륭하다.

분명 영화 '똥파리'는 누군가에겐 굉장히 불편하게, 또 어느 누군가에겐 굉장히 아프게 다가올법한 영화이지만 그걸 감수해도 좋을 만큼 아주 멋진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상처를 도려내는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야만 그걸 온전히 치료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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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서해안 어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무모한 간척사업으로 인해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 갯벌에서 죽어가는 생물들과 그런 갯벌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이는 어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때론 격정적으로 또 때론 잔잔하게 담은 영화다. 일단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당한 일들을 카메라에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목적 자체로는 합격점을 주고 싶은 영화.

하지만 그러한 기대가 있었기에 좀 아쉬운점도 있었다. 일단 이야기가 굉장히 산만하달까. 표면적으론 삶의 터전을 빼앗긴것에 대해 투쟁하는 어민들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용은 그 투쟁을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입장차이와 견해차이로 인한 내부적인 갈등이다. 물론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항상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질수는 없고, 그러기에 그 집단안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좀 더 하나의 주제에 촛점을 맞춰 영화를 제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리고 이런 산만한 구성 때문에 결론 부분에 등장하는 어떠한 사건이 조금 가볍게 다뤄진것 같아 그 점도 좀 아쉬웠다.

그런데 난 '워낭소리' 이후 그래도 독립 다큐영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늘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오히려 그 반대인것 같더라. 주말 오후였는데도 상영관엔 정말 딱 나 혼자였다. 설상가상으로 관객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상영시간이 넘었는데도 입장을 시킬 생각을 안했고, 극장에 들어간 후에도 한참 동안 영화를 안틀어줘서 결국 극장 직원을 찾아서 영화 좀 보게 해 달라고 말했을 정도. 뭐 결론적으론 그 넓은 극장안에서 혼자 편하게 영화 잘 봤지만 관객들도, 극장도 이런 작은 영화들을 소홀히 생각하는것 같아 마음이 좀 안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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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독립다큐영화 '워낭소리'의 흥행이 잘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소문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극장에 가보니 더욱 실감났다. 그 동안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다양한 영화를 봐 왔지만, 이렇게 많은 관객이 상영관을 채운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 시작된 후, 초반엔 조금 불편했다. 그 작은 극장 안에서 영화의 도입부에 나오는 몇몇 장면에도 사람들의 감탄사나 웃음 소리가 어찌나 크게 울리던지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고 중반부가 되어서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숨을 죽이고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고, 후반부에 들어서는 여기저기서 눈물을 삼키는 소리들로 상영관이 가득 채워 졌다.


30년을 함께 일하면서 희노애락을 함께한 한 마리의 소와 노부부의 일상을 담은 이 다큐는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교감을 그리며 큰 감동을 전해 준다. 또한 인간이며 동물이며 생명을 너무나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요즘 시대의 모습에 비해 이 영화는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건함을 일깨워주는 영화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수십년을 때론 동료로서 때론 친구로서 함께 일하고, 함께 늙어가는 소와 노인의 모습은 인간과 동물이 아닌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 그 자체로서 다가오며, 때문에 예정된 결말이 다가올수록 그 끝이 바꿀수도 피할수도 없는 현실인걸 알기에 관객들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것 같다.

예전에 다큐멘터리 영화 '송환'을 보고서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몇 년간의 취재 기간과 촬영을 거쳐 힘겹게 탄생하는 다큐멘터리들을 사람들은 그 가치에 비해 너무 가볍게 치부해버리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다. '워낭소리'의 경우도 처음 TV다큐멘터리로 시작했으나 제작비 문제로 우여곡절끝에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작품들을 성원하고 지지해 주는것이 관객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이 영화 흥행이 잘 되고 있다고하니 다행이지만, 개인적으론 그 돌풍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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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들어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본 영화는 김종관 감독의 단편 모음 '연인들' 이다. 김종관 감독의 감성이야 여기저기서 익히 들어왔고 또 작품을 통해 봐 와서 알고 있었는데, 그런 그의 작품들 11편을 모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11편의 단편들은 각각 최대 10분을 넘지 않는데, 짧은 길이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항상 어느 정도의 아찔함에서 결말이 나 그 이후를 궁금하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김종관 감독을 처음 알게 한 '폴라로이드 작동법' 이라는 작품을 필두로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러했다.

게다가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대사' 보다는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느낌으로 전개되는 방식이어서 배우들이 연기하기 굉장히 힘들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면에서 처음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봤을 때도 느꼈지만, '정유미'의 연기가 참 좋았고, 또 김종관 감독의 여러 단편에 출연한 '양익준' 이란 배우의 연기도 너무 좋더라.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짧은 순간에 다양한 감정들을 보여주는 조금은 중의적인 이미지들이 참 멋지게 느껴졌다. 특히 영상이 좋다고 느낀 작품들이 있어서 크레딧을 유심이 봤는데, 감독이 직접 촬영을 한 작품도 꽤 많더라.

그동안 여러 영화제에서 국내 단편 영화들을 보며 장편 데뷔를 빨리 했으면 하고 바랬던 감독이 나홍진 감독과 김종관 감독 이었다. 나홍진 감독이야 '추격자'로 엄청난 데뷔를 했으니, 이제 김종관 감독의 장편을 기다리면 될 듯. 무엇보다 '연인들'을 보니 그의 장편 영화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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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에서 '트로마 인 서울' 이라는 기획전을 8월 14일까지 개최했다. 참고로 '트로마 스튜디오'는 사회적으로 금기(?) 될만한 소재들만 골라 독립영화들을 제작해 '엽기영화공장' 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영화 제작사라고 한다. 평소 고어영화들이나 컬트영화들을 꺼려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관심이 있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도 이번에 '트로마 스튜디오' 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 한편으로 '트로마 스튜디오'는 나에게 아주 강렬한 느낌으로 각인되고 말았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건 정말 제대로 된 B급, 아니 C급 엽기 고어컬트물이다.

영화는 딱히 내용이랄것도 없다. 한마디로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죽은 닭들의 반란 이랄까. 시작부터 끝까지 속이 매스꺼울만한, 혹은 절로 괴성이 나올만한 장면들로 가득가득 하다. 나름(?) 뮤지컬 형식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노래들이 삽입되는데, 경악할만한 화면들에 중첩되는 노래들은 엽기적인 가사들과는 별개로 꽤 정상적인(하지만 그래서 더욱 비정상으로 느껴지는) 멜로디들을 갖고 있어 그 조합이 묘하게 웃음을 자아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막무가내로 진행되는 두서 없는 전개 속에서도 결국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뒤섞여 있는 구성으로 뭔가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듯한 느낌이긴 하지만, 사실 영화를 보면서는 이런 저런거 생각할 여유가 없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장면들에 경악하기 바쁘니 말이다. 하지만 관객들과 달리 영화는 아주 느긋하다. 중간에 툭툭 던져지는 농담들은 관객들에게 긴장 풀고 즐기라고 말하는 듯 여유가 넘친다. 결국 영화가 끝날때 쯤 되어서는 나 역시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차원의 세계에 아주 조금은 적응된것 같았다.

글의 초반에도 말했듯이 평소 고어영화.. 혹은 엽기적인 영화들을 특별히 꺼리는 편은 아닌데, '트로마 스튜디오'의 영화들을 다시 보라고 하면 조금 고민될것 같다. 분명 나쁘진 않았지만 이 영화 한편으로 그들의 스타일을 알아버린 이상 왠만해선 다시 시도하기가 쉽지는 않을것 같다.


덧1. 이 영화를 보고난 다음날이 말복 이어서 어머니가 닭도리탕을 해주셨는데, 덕분에 도저히 못먹겠더라;;;
덧2. 검색을 해보니 작년 부천영화제에 이 영화가 상영되었나 보다. 당시 여자주인공이 내한해서 GV도 했었다는 듯? 혹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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