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며 모두가 들떠있던 그때,
나는 '네멋대로해라' 라는 드라마에 빠져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평소에 공중파 드라마를 잘 안보는 편이기도 하고 기다리는걸 잘 못해서 미니시리즈 형식의 드라마들을 꼬박꼬박 챙겨보는건 상상도 못할 일인데, 그 당시 '네멋대로해라' 1회를 우연히 보고 나서는 도저히 다음회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 속에서는 항상 나와는 동떨어진 뭔가 드라마틱한 상황들이 줄줄이 이어져 공감을 할 수 없었는데, 이 드라마는 달랐다.
자기가 곧 죽는걸 알면서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자신의 돈을 훔쳐 결국 친구를 죽게까지 만든 도둑놈을 사랑하게되고. 이런 상황에 대해 '안만나지지가 않는데 어뜩해요..' 라고 말하는 '네멋대로해라' 속 그들의 모습들은 현실에서는 물론 드라마 속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어떤 느낌이 있었다. 때문에 나의 20대에 이 대단한 드라마를 만난것은 지금까지도 커다란 행운이라 생각한다. 난 그들을 닮고 싶었다. 4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올해 다시 월드컵이 열렸으니 네멋도 4주년이 된거다. 그 기념으로 난 요새 네멋대로해라 DVD를 다시 돌려보는 중인데, 이 드라마는 어떻게 된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멋지다.
네멋의 모든 장면들과 대사들이 멋지긴 하나,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몇 장면을 소개할까 한다. 참고로 아래 장면의 상황은 가족과도 같은 복수의 애인 '미래' 로 인해 복수와 전경이 몇주간 헤어져 있는 상태의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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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 찬석아, 은장도 파는데 어딨냐?
찬석 : 왜?
복수 : 이러고 가만히 있으니까 눈앞에...여자 하나가 막 아른댄다.
아..나 과도라도 줘봐. 허벅지 찔러가면서 좀 참게.
찬석 : 누군데..
복수 : 그래서 나 이러고 있음 안된단 마랴. 나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데..
나를 못살게 굴어야 하는데..
아 왜 자꾸 생각나게 만들어! 진짜.
012
전경 : 예전에 대학선배오빨 좋아했는데,
난 그 사람이 내 운명의 남잔줄 알았어요.
나 나름대로 죽을만큼 연애했는데.
그런데 그 오빠랑 헤어지고 2주 되니까 아무렇지 않았어요.
만날때마다 그렇게 설레였는데도..
그리고 지금..두번째 남자를 만났어요.
가슴이 설레요. 그리고 못본지 3주가 지났어요.
근데 이번에는요..마음이 아파요.
목이 따가워요. 머리가 없어졌어요.
내가 아는건 그거 뿐이에요.
한기자 : 걔가 안만나줘?
전경 : 네.
한기자 : 웃기는 짜장이네.
너 고작 엑스트라한테 차인거야? 아..자존심 상해.
전경 : 모르겠어요. 근데 아직 끝난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울지도 않고 참고 있어요.
특히나 '목이 따갑고 머리가 없어졌다' 는 전경의 대사는 당시 네멋폐인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대사다. 머리로 생각하면 무슨말인지 감이 잘 안오는데, 마음으로 생각하면 정말 공감되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네멋폐인' 하니까 생각나는데, 당시 네멋폐인들 사이에서 꼭 거쳐야할 관문(?) 같은것이 홍대거리를 중심으로 한 네멋대로해라 촬영현장을 순회하는 것이었다. 지금생각해보면 그때는 정말 이 드라마에 미쳤었다. 드라마 속에서 그들이 걷고 이야기하는 장소에 가보면 마치 어딘가에서 그들이 나타날것만 같았으니까.
<복수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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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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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공원, 액션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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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거닐던 홍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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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와 경이의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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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어난 일들도 아니고 허구에 지나지 않는 드라마에 나를 비롯한 많은 네멋폐인들이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궁금한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드라마 '네멋대로해라'의 1편이라도 한번 봐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이 드라마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삶을 대하던 태도를 변화시킬수도 있으니. 마치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