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2006) - ★★

보고듣고/영화/드라마 2007. 3. 24. 00:36 Posted by 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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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화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이야기하는 '시작' 이란 '향수' 라는 소설을 영화로 만드려는 기획이 시작된 시점이다.
원작 소설을 읽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기에는 상당히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한 주요소재는 '향수' 즉 향기이다. 그런데 이 향기를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책에서는 각종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자세하고 섬세한 묘사와 비유들로 직접 향기를 맡지 않아도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지만 영상으로 옮겼을때에는 그것이 불가능 한거다. 단지 향기를 맡은 배우들의 황홀한 표정만으로 그 느낌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렇게 이해하기엔 이 영화에서 향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너무 크다.

때문에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만 본 사람들은 영화의 내용이나 설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을것 같다. 예를들면 소설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클라이막스 장면이 영화에서도 상당히 충격적으로 묘사가 되어있는데, 이 장면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있던 극장의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더라.

또한 주인공 '그루누이' 가 거의 말이 없는 캐릭터라는 점도 영화에서는 제약이 되었다.
대부분의 영화들에서는 주인공이 말수가 적거나 말을 못한다면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을 통해 상황을 묘사하던가 주인공의 머릿속 생각들을 나레이션으로 풀어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3인칭 시점으로 제3자의 해설이 들어간다. 이 영화의 원작이 '소설' 이 아니었다면 모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영화속에서 책을 읽어주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는 원작 소설도 그다지 좋게 보지는 않았던터라 영화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위에 나열한 두가지가 영화로 어떻게 각색되었을지는 상당히 궁금했었다. 하지만 역시나 내 기대를 채우기엔 많이 부족한 영화였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대부분 실망스러운걸 보면 아무래도 영상으로의 표현은 텍스트로 이루어진 묘사를 뛰어넘기 힘든건가.


덧. 소설을 읽을때는 못느꼈는데 영화로 보다보니 마치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과 비슷한 전개, 장면들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아래는 향수의 또 다른 포스터인데 마치 김기덕 감독의 '나쁜남자' 포스터와 느낌이 비슷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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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joon 2007.03.24 0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향수 보고싶은데 아직 책을 안봐서요.. 책을 먼저본담에 봐야할거같네요...

  2. BlogIcon 쥰세이 2007.03.24 0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향수 원작소설을 워낙 잼있게 봤던터라 영화도 기대가 되긴 되는데..
    언제 함 보려구여. 후기 잘 읽구 갑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

    • BlogIcon 주드 2007.03.24 1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작 소설을 재미있게 보셨군요.
      저는 처음 읽었을때 이 소설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영화를 보고 시간나면 다시한번 책을 읽어보려 생각했답니다.

  3. BlogIcon 슈리 2007.03.24 01: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기덕의 영화들과 비슷했나요? 영화의 질감이 너무 따뜻한 느낌이라서 그다지 유사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향수라는 소재를 제대로 영상에 옮기지 못했다는 건 정말 동감합니다. 마지막의 팔을 떨면서 오바하는 주인공은 보기 안쓰러웠어요.

    • BlogIcon 주드 2007.03.24 1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루누이' 라는 캐릭터의 집착과 광기가 김기덕 감독 작품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과 비슷하지 않았나요?
      특히 클라이막스 장면들도 사실 상식을 뛰어넘는 설정들이었고.

      주인공은 연기는 잘하는것 같던데 캐릭터 자체가 너무 어렵다 보니..정말 안쓰럽더라구요;;

  4. BlogIcon 개복치 2007.03.24 02: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틸사진만 봤을 땐 그루누이가 소설보다 지나치게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때문에 미성년자 관람불가라고 생각했는데 15금이더군요...-_-

    • BlogIcon 주드 2007.03.24 13: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예고편으로 봤을때는 느낌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 역시 잘생겼다는 느낌이..ㅋㅋ 어느정도 생겨주셔야 사람들이 동정도 하고 영화도 많이 보고 해서 그런게 아닐런지.ㅎㅎㅎ

      그런데 이 영화가 정말 15세이상 관람가!!!
      도대체가 등급선정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정말 의심스럽군요.

  5. BlogIcon 커리어블로그 2007.03.24 1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커리어블로그입니다. 주드님 글을 메인에 노출했구요. 그렇치 않아도 오늘 이 영화 볼려던 참이었는데 좋은 정보가 됐습니다. 비가오는 날씨지만 좋은 주말 보내시구요 ^^

    • BlogIcon 주드 2007.03.24 1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커리어 블로그분은 처음 뵙네요^^
      커리어 블로그를 볼때마다 생각하는건 다음번 책 이벤트에는 꼭 당첨되야지 하는거.ㅋㅋ

  6. BlogIcon GeminiLove 2007.03.24 17: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드]님도 보셨군요. 트랙백 합니다.

  7. BlogIcon agrage 2007.03.26 1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실히 글을 영상으로 표현한다는건.. 너무나 어려운 문제에요. 원작이 뛰어날수록 너무나 힘들어하는 감독들의 모습이 영화를 보는네네 떠나지 않아요.

    • BlogIcon 주드 2007.03.26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확실히 소설을 읽으며 상상하게 되는 모습들을 영상이 100% 채워주는건 힘든것 같습니다.
      원작이 소설인 영화중에는 파이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정도가 좋았던것 같아요.

  8. BlogIcon 버트 2007.03.31 0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소설은 영화와 다른 장르잖아요. 각색과 오리지널 각본이 다르듯이. 그래서 아카데미에 구태여 각본상 말고 각색상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 작은 생각으로는 각색상의 의미는 소설을 얼마나 잘 영상으로 표현했느냐가 아니라, 그저 오리지널이 아닌 원작이 있는 것을 영화로 옮기는 수고에 따른 격려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소설과 영화의 비교는 그런 의미로 멀리하고 있답니다~ 전~ :)

    • BlogIcon 주드 2007.03.31 23: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물론 두 장르가 다르다는것은 인정하지만 어쩔수없이 기대하게 되고 비교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유명한 원작을 영화로 만든다는것은 그로인해 얻어지는 홍보효과의 플러스 요소 만큼이나 원작의 기대를 채우기 힘들다는 마이너스 요소를 가지고 있는것 같아요.^^

  9. BlogIcon 온새미로[샤크] 2007.08.23 15: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건 시사회로 봤습니다^^; 영화만을 본 저로서는 굉장히 어이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BlogIcon 주드 2007.08.23 2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을 읽고 영화를 본 저도 황당했으니까요 뭐..
      역시나 반응도 참담 하더군요. 그냥 베스트셀러로만 남았으면 좋았을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