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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해 여성영화제에서 본 작품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 첫번째 영화는 '스파이더 릴리'.
아무래도 영화제의 특성상 '여성' 을 주제로한 작품들을 상영하다보니 매해 레즈비언을 소재로하는 영화들도 꽤 많은데, 올해는 아예 이런 영화들을 모아 '퀴어 레인보우' 라는 섹션을 따로 만들어서 상영했었다. 그리고 '스파이더 릴리' 는 그 퀴어 레인보우에 속한 영화들 중에서도 전회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내가 '스파이더 릴리'를 알게된 계기는 이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되어 수상을 했기 때문이다.
동양영화여서 눈에 띄기도 했지만 동성애, 타투 등 소재가 특이해서 궁금했던 영화였기에 이번 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예매에 돌입했다.

영화의 내용은 상처를 간직한 타투이스트 '타케코'앞에 그녀를 첫사랑이라 생각하는 '제이드' 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다. 그런데 영화의 내용은 한줄로 요약될만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 영화의 촛점이 '동성애' 라기 보다는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 이란거다.

어릴적 충격으로 인해 정신이 이상해져버린 동생을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며, 동생이 유일하게 알아보는 아버지의 팔에 있던 타투를 그대로 자신의 팔에 새긴 타케코. 그리고 어렸을적 자신을 떠나버린 엄마를 대신해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던 타케코를 잊지 못하는 제이드.

이 둘은 오랜기간 서로 떨어져지낸 시간 만큼이나 각자의 상처와 서로에 대한 경계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데, 그 마음의 벽이 인터넷을 통한 단절로 투영되어 서로를 오해하고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든다.
이런 그들을 연결시키는것이 바로 '타투' 이다. '타투' 는 제이드가 자신의 첫사랑이 타케코임을 알아보게하는 단서임과 동시에 둘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난 그것이 이 영화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소통' 이자 '희망' 이라고 느꼈다. 이 영화를 흥미롭게 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고 말이다.

영화의 소재와 주제가 대중적이지 않아서 국내 개봉은 힘들것이라 생각했는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올해 6월초에 국내 개봉날짜가 잡혔다고 한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개봉후에 극장에서 한번 보시길.


상영후에 이 영화의 프로듀서와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꽤 오랫동안 이어졌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몇가지만 소개할까 한다.

- 이 영화를 만든 '제로 추' 감독은 언젠가 부산영화제때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던 '드랙퀸 가무단' 이란 영화를 만든 감독이란다. 감독이 동성애 등의 소수인권에 관심이 많아서 그들을 상징하는 레인보우에 맞춰 7개의 퀴어영화를 기획하고 있으며, '스파이더 릴리' 도 그 중 하나란다.

- '스파이더 릴리' 는 대만에서 개봉할 당시 엄청난 흥행을 했단다. (최종 수익을 알려줬었는데, 내가 숫자에 약한 관계로 기억이 안난다;; ) 기억에 남는건 당시 대만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차이밍량' 감독의 영화를 제치고 '스파이더 릴리'가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는 거다.

-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스파이더 릴리' 는 타케코의 팔에 새겨진 타투의 모양이기도 한 꽃 이름 이란다. 전설에 따르면 스파이더 릴리는 지옥으로 가는길을 따라 피어나고, 그 꽃잎은 독약과 같은 기억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제목으로 쓰여도 좋을만큼 영화의 내용과 정말 잘 어울리는 전설이다.

- 아무래도 동성애 영화다보니 캐스팅 문제가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런 어려움은 전혀 없었단다. 특히 '제이드' 역할의 '양승림' 이라는 배우는 현재 대만에서 아주 유명한 가수라는데, 배우로의 변신을 위해서 이 영화에 상당히 열심이었단다. 그리고 '타케코' 역할의 '양락시' 라는 배우는 제로추 감독이 예전부터 타케코 역할로 찍어두었다는데, 나는 영화를 보면서 이 배우가 '이나영' 과 너무 비슷한 느낌이어서 깜짝 놀랐다. 영화가 끝난 후 사회자도 이 이야기를 했는데, 많은 관객들이 동감하더라.
(위의 포스터에서 아래쪽에 있는 여자배우다)

-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달라고 하니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두 배우의 '베드신'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퀴어애즈포크' 에 훈련(?)이 되어있어서 그런지 그 장면을 아무 생각없이 봤는데, 프로듀서의 말에 따르면 상당히 힘들게 찍었다고 한다. 어색하거나 해서 그런게 아니라 오히려 두 배우가 너무 적극적이어서 둘의 마음에 들때까지 하느라 정말 오래 걸렸다더라. 이 영화 보실분들 그 장면을 집중해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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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1004ant 2007.04.17 0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말이 제 가슴에 대못을 박네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개봉후에 극장에서 한번 보시길.'

  2. BlogIcon 슈리 2007.04.17 0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성애를 다룬 영화는 대부분 괜찮은 것 같아요. 소재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아서 만드는 사람들도 대중을 노리기보단 자신이 하고싶어하는 이야기를 해서일까요.

    • BlogIcon 주드 2007.04.17 0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슈리님 말을 듣고보니 정말 그런것도 같네요. 최근 퀴어영화들이 많이 나오는것 같은데, 대부분 좋게봤던것 같아요. '동성애' 라고 선을 그으면 말 그대로 거기까지이지만, 편견을 버리면 더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것 같습니다.^^

  3. BlogIcon vanillakumo 2007.04.21 1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_ 이번 여성영화제 퀴어섹션은 아주_ 괜찮았던 듯^^ 이 영화는 너무 기대를 한 나머지 살짝 실망한 감도 없지 않지만..^^;; 긍정적인 퀴어물은 참 좋아요

    • BlogIcon 주드 2007.04.22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영화 자체가 너무 무거워서 좀 실망스럽긴 하더군요.
      저도 긍정적이고 밝은 퀴어물이 좋더라구요. 심각한것 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