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릴리' 에 이은 2007 여성영화제 관람작 이야기다.

이번 영화들은 내가 영화제에 갈때마다 꼭 하나 이상은 챙겨보는 단편모음. 내가 단편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장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소재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영화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단편들을 보면 스스로 자극이 되어, 가끔은 그로인해 새로운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여성영화제는 아시아에서 만들어지는 단편 출품작들을 선정하여 상영하고, 관객들의 투표를 반영하여 최종 수상작을 선정한다. 난 이번에 시간을 맞추다보니 '아시아 단편경선3' 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본 작품들 중에서는 수상작이 안나왔다. 나름 즐겁게 봤는데.


1. 고향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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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총성과 분쟁으로 어느곳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고향을 빼앗긴 그들의 안타까운 상황과 바람들을 정적으로 풀어나간다. 하지만 33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그들의 상황을 제대로 묘사하기엔 조금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영화는 관객들이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전개가 되기 때문에 크게 공감하거나 감동을 받기는 힘들었던것 같다.


2. 28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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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는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되나, 소재나 주제 만큼은 정말이지 '여성영화제' 에 딱 맞아떨어지는 영화다.
싱가포르의 한 직장에 근무하는 여자 4명이 여자로서 불리한 업무환경에 맞서 투쟁을 벌인다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낸 영화.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감독의 반자전적인 영화라고 한다.
나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왜그랬을까.


3. 소풍



이번 단편경선3에 있던 작품들중 가장 슬펐던 영화. 한 아파트에 살고있는 두 할머니의 이야기다.
다리가 아픈 윗층 할머니가 어느날부터 보이질 않자 수위아저씨와 아랫층 할머니는 그녀의 행방을 걱정하는데, 결국 윗층할머니는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고 그 모습을 본 아랫층 할머니가 충격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잔잔하면서도 슬픈여운을 남겼던 작품. 단편치고 꽤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이 등장하기에 특이하다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KT&G 상상마당 사전제작지원을 받은 작품이란다. 어쩐지.


4.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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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본 단편영화들 중에 가장 맘에드는 작품이될뻔 했으나, 너무 갑작스럽고 흐지부지한 결말로 인해 아쉬웠던 작품. 회사에서 짤리고, 이혼한 남편은 테클걸고...이래저래 인생이 꼬이는 한 여자가 다시 희망을 꿈꾼다는 내용인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특히 스틸 속 저 여자배우!)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여성운동가 라고 하던데, 왠지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ㅋㅋ


5. 북두칠성



이번 단편경선에서 내가 투표한 작품. 제목이 '북두칠성' 인 이유는 사진 속 여자의 얼굴에 북두칠성 모양으로 난 '점' 때문이다. 이 점 때문에 그녀는 매번 퇴짜를 맞고 애인도 없이 지내지만, 막상 그 점을 뺄 자신은 없다. 그러다가 그녀의 점을 '별' 로 봐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로맨틱 코메디.
우선 영화의 내용이 너무 재미있었고, 그렇다고 웃기기만 하다 끝나는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사회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담겨있어 좋았다. 크레딧을 보니 '임순례 감독'의 제자가 만든 영화더군. 역시나 싶었다.


이번 단편경선도 모든작품을 즐겁게 보긴 했지만, 한가지 불만은 국내 단편들의 경우는 특정 학교 출신 감독들의 작품이나 졸업작품들로 치중이 되는 경향이 심하다는 거다. 위의 영화들만 봐도 '소풍' 의 감독은 한예종 영상원 출신이고, '다시' 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이며, '북두칠성'의 감독은 영산대학교 영화과 학생이다. 영화판이 원래 학연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매년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걸 보면 좀 씁쓸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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