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MOT) - 다섯개의 자루

보고듣고/음악 2007. 6. 17. 01:26 Posted by 주드




못(MOT) - 다섯개의 자루


나는 나의 파랗던 날들을 다섯개의 자루에 나누어 담았다.
자루들은 크고 무거웠다.
난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을 불러와 차의 트렁크에 자루를 실었다.


자루들에선 잘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한 냄새가 났고,
그것이 우리를 조심스럽게, 혹은 경건하게 했다.

그러나 눈물을 참는 식으로 아무도 입을 열진 않았다.


차로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어두운 강가에서
200m의 간격으로 네 개의 자루를 물속에 버리고,
하나는 근처의 숲에 묻었다.


숲에 묻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다.
누군가 내게 흔들리는 거냐고 물었지만 다그치는 투는 아니었다.
난 작게 끄덕였다.


그러나 모두 나를 이해했다.
단호함의 뒷 면이 얼마나 쓸쓸한 모양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나가자, 끝나가는 모든 것들
특유의 느슨함이 대기 중에 스며 나왔다.


그러나 무엇이든 곧 우리를 다시 조여 올 것이다.



최근 '못'의 2집이 발매됐다. 그리고 난 변함없는 그들의 음악에 또다시 중독되어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 속한 모든곡이 다 좋은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곡이 바로 '다섯개의 자루' 이다.

눈을 감고 듣고 있자면 머릿속에서 이 음악 속 상황이 재현되는데, 신기하게도 그 상황의 긴장되는 공기와 무언의 침묵으로 둘러쌓인 우울한 분위기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확실히 '못'의 음악을 표현하는 키워드는 '환각에 가까운 몽환' 인듯. 그리고 난 그 느낌이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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