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당신의 드라마다
김윤진 지음/해냄(네오북)

나는 '에세이'를 별로 안좋아한다. 특히 연예인이 쓴 것은 더더욱. 그런데 배우 김윤진이 썼다는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평소 그녀가 이루어낸 성과가 국내에서는 너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배우'로서의 화려한 모습과 '연기' 에 대해 고민하고 도전하는 숨겨진 모습들. 나는 이 두가지를 다 생생하게 풀어놓기에 배우 '김윤진' 이 걸어온 길은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예상했던대로 책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책을 받아들고 몇시간만에 한권을 다 읽어 버릴 정도였으니. 완벽하게 짜여진 소설이나 자기계발서들 처럼 전형적으로 틀에 맞춰진 책은 아니었지만, 간간이 보이는 오타들이나 문맥상 맞지 않는 구절들이 오히려 그녀를 더 친근하게 느끼는데 도움이 되었던것 같다.(책 내용에 의하면 그녀는 아직도 한국어로 글을 쓰는것에 서투르다 한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배우 김윤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그녀가 헐리웃 진출을 하면서 실제 느끼고 경험했던 이야기 들이다. 그녀는 '쉬리'로 국내에 얼굴을 알리고 '밀애'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음에도, 국내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뒤로한채 헐리웃 진출을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생각되는 부분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들고 자기소개서를 외워가면서 헐리웃에서의 오디션을 준비했고, 몇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그녀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기회를 잡게 되었다. 그 작품이 바로 드라마 '로스트'.

로스트에 관한 이야기들은 그동안에도 많이 들었으나 이 책에도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있다. 몇가지 이야기 하자면, 드라마에서 김윤진이 맡은 '선(sun)' 역할이 원래의 대본에는 없었으나 김윤진의 오디션을 본 감독이 그녀를 위한 한국인 역할을 따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 방송사상 처음으로 '선'의 에피소드가 80% 이상 한국어로 방송되었으며(미국인들은 자막을 읽기 싫어하는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파격적이라고 한다.) 그 이면에는 배우 김윤진의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 받았던 것중에 하나가 바로 그녀의 이런 모습이다. 단순하게 개인의 영광을 위해 헐리웃에 진출해 주어진 역할만 충실하게 했던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기로 인해 많은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재미교포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려 노력했다는 점 말이다. 로스트 속 '선'의 역할이 초반에 남편에게 꼼짝 못하는 전형적인 한국여자 캐릭터(?) 라는 소문을 듣고 이 대단한 드라마를 포기 할 생각까지 했다고 하니 그녀의 결심이 어느정도 였는지 짐작이 될만하다.

그 외에 로스트에 그려진 한국의 모습이 한국적이라기 보다는 중국과 일본을 섞어 놓은듯한 느낌으로 그려진것에 대한 아쉬움, 또한 헐리웃에서 일하는 유색인 배우로서의 느낌, 그리고 예고없이 로스트의 주인공 캐릭터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면서(역할이 사라지면서) 느끼게 되는 위기감 등..책을 보다보면 내가 '읽고 있다' 는 느낌보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순식간에 빠져들 수 밖에.


평소에도 관심이 있던 배우였지만, 이번 책을 읽으니 그녀를 더욱 응원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배우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도전은 정말 힘든일인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히고 쟁취하는 그녀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책 제목 '세상이 당신의 드라마다' 는 참 공감가는 말이다. 단, 스스로의 드라마를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들어갈지, 지루하고 따분하게 만들어 갈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덧. 이렇게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블로그 플러스 분들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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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brownlily 2007.08.28 0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인들이 생각보다 문맹률이 높아서 자막있는 영화는 흥행하기 어렵다구 하던데 ㅎ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 BlogIcon 주드 2007.08.28 0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 저처럼 단숨에 읽으실 겁니다. 내용도 재미있고 말이죠. 특히나 드라마 로스트를 보신다면 더욱 강추!^^

  2. 혜경 2007.08.29 2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합니다! 김윤진은 전 영화 '밀애'에서 참 좋게 봤어요. 이후로도 마음에 드는 배우더군요.^^

    • BlogIcon 주드 2007.08.30 19: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저는 '쉬리'때 부터 쭉 괜찮게 생각하던 배우였어요. 로스트 4시즌이 어서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