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 히가시노 게이고

보고듣고/도서 2007. 10. 2. 21:37 Posted by 주드
방과 후방과 후 - 8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창해

정말이지 한동안 난 추리소설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사소한 단서라도 놓치지 않고 서서히 따라가 상대방의 심리를 간파해야 하는 추리소설은 나에게 있어서는 작가를 상대로하는 일종의 '게임' 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난 추리소설을 한번 잡으면 거의 단번에 읽어내려가는 편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결론을 내기 전 까지는 게임을 멈출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편히 추리소설을 읽을 기회가 꽤 오랫동안 없었는데, 추석을 전후로 한 휴가로 인해 틈이 생겨 난 주저없이 '방과 후' 라는 추리소설을 선택했다. 이 소설은 내가 작년 이맘때 재미있게 읽있던 '용의자 X의 헌신'을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 이었기에 나로서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지면, 이 작가는 데뷔부터가 범상치 않았던것 같다. 추리소설을 처음 쓰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듯 그물처럼 촘촘한 이야기들에 좀처럼 풀기 힘든 트릭, 놀랄만한 반전까지 갖춘 글을 쓸 수 있었는가 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야 책 안에서도 묘사된것 처럼 그가 기존에 나왔던 추리소설들을 많이 보고 분석해서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정작 내가 놀랐던건 그가 묘사 하는 사람들이다.

주인공인 고등학교 교사가 느끼는 심리, 그리고 그를 둘러 싼 여고생들의 심리, 또한 사건을 대하는 교사들의 심리 등.. 이건 확실히 내가 예전에 읽었던(혹은 고전이라 불리는) 추리소설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기존의 추리소설들이 단지 범인의 실수를 찾아 사건을 풀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들은 범행의 과정과 범행후의 심리 묘사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야기들은 왠지 슬프면서도 한편으론 범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듯한 묘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처음 읽고 반했던 '용의자 X의 헌신'도 그런 식이었다. 이 책은 아예 처음부터 범인을 밝히고 그 범인과 형사 사이의 쫒고 숨는 두뇌싸움을 그린 책이니 더했던듯.(그러고보니 '용의자 X의 헌신'의 주인공도 '방과 후'의 주인공과 똑같이 수학교사였다.)


나는 무엇보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접하는 두근거림이 가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기전에 영화의 결말이나 반전을 알게되면 왠지 김이 빠져서 영화 전체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으려 한다. 단, 새로운 추리소설에 목말라있는 분들은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시길 바라며, 그의 놀랄만한 데뷔작인 '방과 후'를 추천하고 싶을 뿐이다.
http://forget.tistory.com2007-10-02T12:37:120.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