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계(2007) - ★★★★

보고듣고/영화/드라마 2007. 11. 17. 15:57 Posted by 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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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을지도?)

난 이 영화가 결국은 '사랑' 이야기라 생각한다.
일본군에게 점령당한 1942년의 상해 라는 배경도,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를 죽이겠다는 애국심도 결국은 그녀와 그의 사랑이야기를 더 안타깝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알면서도 나에겐 왜 그리 막부인에게 빠져버린 '이'의 한마디 한마디가 한없이 부드럽게 들리고, 결정적인 순간을 망쳐버린 막부인의 한마디가 더 절절하게 다가오던지.

솔직히 나에게 이 영화 속 이야기는 무척이나 진부하게 느껴졌고, 그동안 소문을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베드신도 그저 그랬다. (물론 극장에서 상영되기엔 강도가 좀 높은편 이었지만.) 다만 내가 관심이 있었던건 막부인과 이가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이다. 죽여야 할 대상에 빠져드는 여자와 그 여자를 믿고 누구에게도 풀지 않았던 경계를 푸는 남자. 이미 비극적인 결말이 충분히 예상되는 조합이지만, 그래도 그 과정을 지켜보는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아마도 이안 감독의 탁월한 연출 때문이었던듯.

양조위와 탕웨이의 연기도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죽이려는 사실을 알고는 그녀를 처리하라 말하는 장면에서의 흔들리는 눈빛은 그동안 내가 너무나 좋아하던 양조위의 많은 전작들을 떠올리게 했다. 또 이 영화에서 처음보는 '탕웨이' 라는 배우는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 노출에만 초첨이 맞춰지는것 같으나, 연기도 너무 잘하더라. 그녀의 표정들을 통해서 '막부인'의 심리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졌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 배우 이야기를 하며 '장즈이'를 거론하던데, 내 생각엔 장즈이 보다는 '공리'와 느낌이 비슷한 배우인것 같다.

그 외에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영화의 색감이나 세트 자체도 아주 볼만하다. 그리고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몫을 한듯. 요즘같은 날씨에 한번 빠져볼만한 영화다. 단, 심하게 빠지면 위험한 무언가를 꿈꾸게 될지도...


덧. 이 영화가 무삭제로 상영된건 정말 놀랍다. 관객으로서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 좋았지만, 그래도 역시 궁금한것은 도대체 우리나라 개봉 영화들의 심의기준이 뭘까 하는것이다. 당최 기준이란게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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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11.17 17: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리는 나이가 있으니. 장즈이.. 외모상으로는 공리일 수도.... 심의 기준은 수입사의 파워~

    • BlogIcon 주드 2007.11.17 2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느낌상으로요. 개인적으로 장즈이는 비호감이고, 공리는 굉장히 좋게 생각하거든요. 그나저나 색,계가 무삭제 개봉한 이상 앞으로 노출로 심의에 걸리는일은 거의 없을것 같네요.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11.17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이 영화 이전에 암살을 다룬 영화를 제대로 본 기억이 없어서 좀 설레였어요. 아주 어렸을 때 실베스타 스텔론 주연의 '어쌔신'을 졸면서 본 기억말곤..
    다 보고 한참후에서야 암살이라는 소재를 떠올렸지만 '사랑'을 다룬 감독의 방향은 괜찮은 것 같아요.

    • BlogIcon 주드 2007.11.18 1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이 영화 보면서 자꾸 '쉬리'가 떠오르더군요.
      주인공들의 상황이 미묘하게 닮은것 같아서요.
      '암살' 이란 측면에서 이 영화를 보기엔 솔직히 좀 엉성한듯.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11.18 1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쯔이 보다는 공리에 가깝다는 데에 한표요. ^^

    우리나라 공윤위의 심의 기준... 해외에서 상받은 영화에는
    일단 관대하다는 거죠. 영진위도 상 받으면 지원금 준다는 식이구요.
    (보내드린 트랙백이 또 휴지통으로 간 듯 합니다 -,.-)

    • BlogIcon 주드 2007.11.18 14: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외에서의 수상도 물론 대단한 일이지만, 국내 자체의 뚜렷한 심사기준이 없다는건 참 애석한 일입니다.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인것 같아요.-_-;

  4. BlogIcon Rαtμkiεℓ 2007.11.25 1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터 분위기 보고 멋대로 상상했던 탓인지 막상 뚜껑 열었을 때 실망이 컸습니다. 지금 이성을 찾고 다시 생각해보면 그저 스타일이 달랐을 뿐인데요.
    그저 왕가위 영화에 나왔던 양조위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랄까요.

    • BlogIcon 주드 2007.11.26 0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요즘 조금씩 변화하는 양조위의 모습도 좋던데요. '상성' 이란 영화에서의 악역도 괜찮았는데, 이 영화에서의 모습도 나쁘지 않더라구요. 워낙 이 배우 자체를 좋아해서 그런지..

  5. BlogIcon true 2008.01.09 0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랙백 연결하고 갑니다^^

    에고...소감을 썼는데 갑자기 휙 날라가서;;
    하여튼 굉장한 영화인것 같아요^^

    • BlogIcon 주드 2008.01.09 0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색,계를 보셨군요. 대단한 영화이긴 하죠. 촛점이 다른곳으로 맞춰져서 덕분에 국내에서도 흥행이 좀 된것 같구요. 특히 '탕웨이'란 배우가 정말 인상깊더군요. 그녀의 신작이 기대됩니다.

  6. BlogIcon true 2008.01.09 1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데 그 정사씬들이 굉장히 슬퍼요...ㅠ
    탕웨이란 배우...아 정말 계속 불쌍해, 불쌍해 하면서 봤답니다..(결말을 알았거든요)
    맞아요 신작이 기대되네요^^

    • BlogIcon 주드 2008.01.09 2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결말을 몰랐는데도 슬프더군요.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나서 탕웨이가 연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양조위와 이안감독 때문에 보게 된 영화인데, 생각지도 않던 배우를 알게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