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생각해보면 나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것 같다. 우선 '나는 전설이다' 라는 제목이 끌렸고, 몇달전에 우연히 본 예고편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이러스로 온 인류가 전멸된 상태에서 혼자 살아남은 그는 어떻게 전설이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꼭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궁금증에 대한 영화의 답변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실망스럽게 느껴졌고 말이다.
연말 시즌을 공략하는 블록버스터답게 볼거리는 정말 많다. 나는 당연히 CG일거라 생각했던 황폐한 뉴욕의 모습이 실제 뉴욕시에서 보행자 통제를 하고 찍은 장면이란 사실도 놀라웠고, 그 외에도 주인공 네빌이 덫에 걸린 장면이나 바이러스에 걸려 변종된 인간들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장면등은 구성이나 비주얼적인 면에서 굉장히 뛰어났다. 그 외에도 영화 장면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가 여실히 느껴졌고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한건 후반부에 이르러서다. 분명 영화의 제목처럼 주인공 '네빌'을 전설로 만들었어야 하는건 알겠는데, 왜 궂이 그렇게 쉽고 성의없는(?) 길을 택했어야 했는지. 그러니 '전설' 이 되어버린 그에게 감동을 느끼기 보다는, 결국엔 어설픈 헐리웃 영웅주의 라는 생각에 씁쓸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던 거다.
차라리 이영화가 원작 소설과 같은 결말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보면 너무 우울한 느낌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선택한 '급조된 희망' 보다는 '인류의 마지막 인간'으로서의 접근이 더욱 강렬하고 충격적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덧. '행복을 찾아서' 에서는 윌스미스가 실제 아들과 함께 출연하더니, 이번 영화에서는 딸을 등장시켰다. 그런데 정말 피는 못 속이는건지 아들이고 딸이고 연기 참 자연스럽게 잘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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