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시나리오

일하고/Scenario 2008. 2. 28. 23:40 Posted by 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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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블로그에서 여러번 언급했듯이 나에게 김기덕 감독은 싫어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그의 생각이나 사상들이 미치도록 거북하고 꺼려지지만, 영화를 보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덧 그가 펼쳐놓는 이야기들에 휘말려드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들은 나에게 있어 왠지모를 기묘한 즐거움이면서, 동시에  두번 다시는 체험하고 싶지 않은 소름끼치는 경험이다.

내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이렇게 특별하게(?) 느끼는 데에는 아무래도 '시나리오'의 영향이 크다. 김기덕 감독은 미학적인 연출 면에서도 남다르지만,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될 정도로 작가로서의 능력도 뛰어나다. 이 두가지 능력에 감독이 지닌 특이한 관점이 더해지니 이렇듯 쉽게 예측하거나 상상하기조차 힘든 영화들이 탄생하는 것 같다.

그 중의 최고는 아마 김기덕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악어'가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때 동네 비디오 가게 전단지에 소개 된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고 어찌나 충격을 받았던지, 지금까지 그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3년 정도 후에 이 영화를 봤는데, 영화는 내 기대 이상으로 충격적이면서 한편으론 아름답다는 느낌마져 들게 했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아름답다' 라는 표현의 범위가 바로 이 영화로 인해 부숴져 버린것 같다.

오랜만에 다시 시나리오를 읽어봐도 그때 그 느낌 그대로다. 특히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대사보다는 행동이나 분위기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만큼, 시나리오 상에서 그 장면들이 어떻게 묘사 되어있는지를 생각하며 보면 더욱 재미있게 읽힌다. 더욱이 오다기리죠와 이나영의 조합으로 더욱 기대되는 그의 신작 '비몽'을 기다리는 이 시점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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