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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용두사미' 형 영화라고나 할까. 이젠 조금 식상할법한 소재를 가지고 나름 신선하고 흥미롭게 구성해 놓은것 까지는 꽤 좋았으나, 이 모든 장점을 결말에서 다 깎아먹는 괴상한(?) 영화다.

이런류의 영화를 볼때마다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것이 미국드라마 '24'. 특히나 영화 중간에 시간이 나올때 부터는 이거 설마 패러디 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구성면에서는 약간 다르다. 24가 24시간을 평면적으로 보여주는 반면, 밴티지 포인트는 같은 시간을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대통령 테러사건'이 일어나는 그 전후 시각의 상황을 중계하는 방송관계자의 입장 - 대통령 경호원의 입장 - 대통령의 입장 - 현장에서 사건을 지켜보던 시민의 입장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파고 드는것이다. 그리고 이 각각의 관점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하나의 거대한 음모가 드러나게 된다.

이렇듯 구성만 보면 꽤 흥미로운 설정이다. 게다가 영화의 속도도 빠르고, 액션장면들이나 폭파장면들도 완성도가 높은편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영화의 후반부.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었음)

음모를 꾸민자들에 대한 작은(?) 반전 까지도 나쁘지 않았으나, 그 다음이 없는것이다. 영화는 그들이 이런 테러를 꾸미게 된 계기나 과정등이 모두 생략된채, 아무것도 제대로 풀지 않고서는 그냥 그대로 어찌됐건 대통령이 무사하니 감동적이지 않느냐는 식이다.

폭탄테러를 당해도, 자동차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숴져도 넥타이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멀쩡하게 나타나는 주인공이 직감마져 뛰어나 수많은 차량들 중에 대통령이 탄 차를 단 한번에 고를 수 있었다는 설정도 놀라움을 넘어 황당할 정도.

마무리만 잘 되었다면 인상깊은 작품이 될 뻔 했는데, 안타깝다.


덧. 매튜 폭스는 아무래도 당분간 '로스트'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내가 기대했었던 시고니 위버는 거의 단역 수준의 비중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