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퇴근길

살아가고/낙서장 2008. 6. 2. 21:32 Posted by 주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오는 퇴근길은 기분 나쁘다. 하루종일 질퍽한 상태로 있어야 하는 비오는 출근길 보다는 좀 덜 하지만, 퇴근길에 내리는 비 역시 마음을 눅눅하게 만들어 버리기는 마찬가지다. 덕분에 오늘 퇴근후에 하려고 마음먹었던 일들을 다 취소하고 곧바로 집으로 와버렸다.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 걸어가던 오분 남짓한 시간동안 나는 충분히 흠뻑 젖어버렸다. 이미 발목까지 흥건해 진 후, 청바지를 따라 점점 위로 올라오는 습하고 축축한 기운은 직장인인 나에게 하루 중 가장 즐거웠어야 할 퇴근길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 사이에 자꾸만 내 머릿속에서는 어제 봤던 영화 '무지개 여신'의 장면들을 떠올린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던 그들의 첫 만남. 그들이 친해지는 계기가 된 지폐 반지를 건네는 장면. 영화 속에서 영화를 찍으며 무드없이 진행됐던 첫 키스. 아무것도 모른 채 장난스럽게 내뱉은 말과 행동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그의 모습. 곁에 있어 달라고 하면 모든걸 포기하고 그럴 수 있다며 고백아닌 고백을 해버리는 그녀의 모습. 그리고 한참 후에야 그에게 들켜버린 그녀의 마음.


우유부단한 점도 좋아
근성없는 점도 좋아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는 점도 좋아
둔감한 점이 좋아
웃는 얼굴이 가장 좋아


마침 이어폰을 통해 흐르던 음악 때문인지 나는 마치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환각에 빠져버렸고, 음악이 끝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핑계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정말 여러가지로 술이 생각나는 날이다.
사실은 이미 한잔 한 상태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이렇게도 비가 쏟아지는 날이니.
내일은 그치려나. 비가 그치면 혹시 무지개가 떴는지 하늘을 봐야겠다.

'살아가고 >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려운 사실  (4) 2008.07.01
이맘때면 생각나는 드라마  (14) 2008.06.26
비오는 퇴근길  (8) 2008.06.02
피부로 느끼다.  (4) 2008.05.30
편지봉투  (2) 2008.05.30
나 말고 이런 사람이 또 있었구나!  (10) 2008.05.1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주드 2008.06.03 09: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가 쏟아지던 밤에 쓴 글을 맑은 아침에 읽어보니 참 어색하다.

    출근길에 지하철 안에서 한강을 건너며 하늘을 봤는데 무지개는 없었지만 비 온 뒤 특유의 쨍한 하늘과 구름들이 날 웃게 만들만큼 참 이쁘더군.

  2. 널라와진예 2008.06.03 1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혼자마시니 좋더냐? ㅡㅡ;;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06.07 15: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지개여신, 당시엔 상당히 비판적으로 봤었는데 우에노 주리라는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하지 못했으면 그랬을까 싶네요. 사랑은 찌질하든 어쨌든 그 자체로 사랑인 것을 굳이 이유를 재가면서 봤으니...
    아는 형은 이 영화보고 살짝 발을 담갔다가 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고 하네요.

    • BlogIcon 주드 2008.06.07 2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 고등학생때나 20대 초반에 이 영화를 봤다면 분명 저도 지루한 영화라고만 생각했을것 같아요. 지난후에 보니 왠지 영화속에 내 모습이 투영되기도 하고..해서 더 자꾸 생각나고 기억되는 영화인것 같습니다. 발을 살짝 담갔다가 떼는 느낌이라..표현 좋은데요?

  4. BlogIcon montreal florist 2010.01.09 12: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다운 사진 이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