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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로 하여금 마음 졸여가며 일주일을 기다리게 하던 일드 '라스트 프렌즈'가 드디어 끝났다. 마직막회가 방영되기 전 기사들을 보면 결론에 충격적인 무언가가 있을것이란 말들이 많아서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를 했었는데,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평범한 엔딩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평범함'을 가장한 '도발'이었다. '드라마' 라는 장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또 무의식속에서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라스트 프렌즈'의 결말은 충격적이고 혼란을 일으킬만 하다.

[여기서 부터는 스포일러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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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라스트 프렌즈'는 각각 말 못할 상처를 지닌 젊은이들이 '쉐어하우스' 라는 공동의 공간에서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친했던 친구 '미치루'를 사랑하지만 결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루카(우에노 쥬리). 늘 루카의 사랑을 받고 있었음에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사랑을 핑계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친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미치루(나가사와 마사미). 어릴적 누나에게 받은 성적학대로 인해 여자를 두려워 하게 되지만 왠지 루카에게 만큼은 두려움 보다는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되는 타케루(에이타).

하지만 강렬했던 1회와는 달리 2회부터 11회까지는 계속되는 지루한 반복의 연속이었다. 달아나고, 함께하다, 다시 달아나고, 또 함께하고, 그리고 다시 또...그러다보니 결말 역시 이 두개 중 하나였다. 달아나던가, 함께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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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는 내내 느꼈지만, 아무래도 '라스트 프렌즈'의 작가는 모두를 착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것 같다. 하다못해 미치루에게 지독한 집착증에 폭력을 휘두르는 소스케라는 캐릭터 마져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드라마는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마지막까지 그를 진정 사랑에 목숨을 건 로맨티스트로 둔갑을 시키니 말이다.

그러니 이 드라마의 결론도 역시 표면적으론 착할 수 밖에 없다. 미치루를 사랑하는 루카, 루카를 사랑하는 타케루, 이 두사람과 우정과 사랑 사이를 애매하게 드나드는 미치루. 게다가 미치루와 소스케 사이에 생긴 아이까지. 이들은 드라마의 엔딩 부분에 나오는 대사처럼 가족, 친구, 부부, 연인..그 중 하나인것 같으면서 그 중 어떤 사이도 아닌 상태로 단지 '함께' 하기만을 바라는 거다. 그것 만으로도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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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그들이 함께 행복해하며 엔딩을 맺었지만, 나는 과연 이 엔딩이 해피엔딩일까 싶다. 왠지 이들의 묘한 조합은 마치 다리 한쪽이 약간 짧은 의자처럼 금방이라도 쓰러질것만 같아 불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정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만, 결국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니까.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면 사랑은 모두에게 독이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결론은 사실 나에겐 좀 놀라웠다. 어찌됐던간에 루카-미치루-타케루와 아이까지 함께 산다는것은 기존의 가족질서에서 벗어나는 대안 가족의 탄생이기 때문이다. 이 글 초반에 언급했듯이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또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어느 드라마보다 높았던 점을 생각하면 이런식의 결론은 정말 파격적인 선택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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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라스트 프렌즈'는 마지막까지 나에게 묘한 파장을 남겼다. 그들이 만들어갈 '가족'이 완벽한 조합은 아니듯이, 이 드라마 역시 여러가지 면에서 완벽하진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불완전함 마져 감싸안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이런 드라마가 나올런지. 설사 만들어 진다고 해도 캐스팅도 쉽지 않을텐고, 시청률도 별로 안나올것 같으며, 이런식의 결론도 나올 수 없겠지만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자꾸 일본이 부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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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2008.06.21 2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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