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성장영화들을 참 좋아한다. 이런 류의 영화들을 보며 혼자 흐뭇하게 웃거나 괜시리 안타까워 하는 나를 느끼면서 새삼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어 이렇듯 타인의 시선으로 성장물을 볼 수 있게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나의 과거와 현재를 반추하게 되어서 좋다. 아무리 사소하고 평범하더라도, 나를 조금 더 성장시킬 수 있었던 기억들은 좋던 싫던 소중하다.
요즘 내가 일본 문화에 심취해 있기는 하지만, 그 전에도 '성장영화' 하면 일본을 떠올렸었다. 일본의 청춘영화들은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의 단면을 굉장히 특별하게 풀어내는 신기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웃기고, 이상하게 흘러가는데도 이상하게 감동적이랄까.
이번에 부천영화제에서 본 '나오코' 라는 영화도 이런 성장 영화였다. 소재는 역전 마라톤.(아마 '릴레이 마라톤'을 말하는것 같다.)
요양 차 시골로 내려온 한 여자아이와 달리기를 좋아하는 한 남자아이가 있다. 여자아이가 시골에 내려 온 첫날, 남자아이의 아버지는 물에 빠진 여자아이를 구하고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다. 이 사건으로 인해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를 원망하게 되고, 여자아이는 몇년이 지나도 벗어날 수 없는 큰 마음의 짐을 얻게 된다. 영화는 이 둘이 서로 관계를 회복해 가면서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굉장히 잔잔하다. 서로의 상처를 들추기 싫어서 인지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말이 거의 없다. 단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원망을 하고 용서를 구 할 뿐이다. 하지만 그 눈빛들이 몇마디 말 보다 필사적으로 느껴진다.
이 영화의 전개나 결론은 역시 모두가 상상할 만한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식상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 부대끼며 성장하는 그들이 있기에 난 이 영화가 감동적이었다.
덧. 하필이면 부천영화제 가는날 감기몸살에 걸려서 지금까지 상태가 안좋다. 그나마 '나오코'의 경우는 도착하자마자 본 영화라 괜찮았으나 그 이후에 본 2번째, 3번째 본 영화들은 정신이 어질어질해서 제대로 보질 못했다.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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