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 - 이상은 in Berlin

보고듣고/도서 2008. 8. 6. 22:09 Posted by 주드
삶은... 여행삶은... 여행 - 10점
이상은 지음/북노마드

'그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평소 다른 사람에게 무뚝뚝한 내가 나를 향한 타인의 작은 친절 혹은 무관심에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것이다. 나에 관한,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크게만 느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이상은의 '삶은...여행' P.65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에 관한 책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책을 보면 당장이라도 배낭 하나 짊어메고 어디라도 떠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것 같아서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자유로움을 허락하지 않으니, 여행과 관련한 책을 본다는건 나에게 있어 스스로를 고문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상은의 '삶은 여행' 이란 베를린 여행기를 택한것도 순전히 저자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노랫말과 음악들을 평소 너무나 좋아하고 동경했기 때문에 '베를린' 이란 도시가 궁금하기 보다는 그 도시를 대하는 그녀의 생각과 느낌이 궁금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생각해보면 어쩐지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느낌이다. 우선 막연히 독일 영화들을 보면서 가져왔던 독일, 혹은 베를린에 대한 느낌들이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유럽'의 범주안에 포함시키기엔 왠지 모르게 좀 어울리지 않는 차가우면서도 마이너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벽의 이면을 통해 느낀건 이 나라와 도시가 뿜어내는 풍부한 감수성과 서정적인 정서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느낌들이 아주 또렷해 졌다.

또한 낯선 베를린에 서서히 스며들며 써내려간 이상은의 글들 또한 역시나 좋았다. 내가 평소 여행을 다니며 느꼈던,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들을 너무나 명확하고 깔끔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는 왠지 후련해지는 느낌마져 받았을 정도다.

'베를린' 여행에 대한 실질적이고 명확한 정보를 원한다면 이 책을 보고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분명 '베를린' 이란 도시에 대한 가능성과 함께 기대를 품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더불어 낯선 도시를 담백하고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난 갑자기 외국인들이 보고 느낀 '서울'에 대한 여행기가 읽고 궁금해졌다. 내가 틈만나면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곳을 그들은 어떤 시선으로 어떻게 묘사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혹시나 내가 느끼지 못했던 이곳의 매력을 깨달을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