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스페이스에서 '트로마 인 서울' 이라는 기획전을 8월 14일까지 개최했다. 참고로 '트로마 스튜디오'는 사회적으로 금기(?) 될만한 소재들만 골라 독립영화들을 제작해 '엽기영화공장' 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영화 제작사라고 한다. 평소 고어영화들이나 컬트영화들을 꺼려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관심이 있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도 이번에 '트로마 스튜디오' 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 한편으로 '트로마 스튜디오'는 나에게 아주 강렬한 느낌으로 각인되고 말았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건 정말 제대로 된 B급, 아니 C급 엽기 고어컬트물이다.
영화는 딱히 내용이랄것도 없다. 한마디로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죽은 닭들의 반란 이랄까. 시작부터 끝까지 속이 매스꺼울만한, 혹은 절로 괴성이 나올만한 장면들로 가득가득 하다. 나름(?) 뮤지컬 형식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노래들이 삽입되는데, 경악할만한 화면들에 중첩되는 노래들은 엽기적인 가사들과는 별개로 꽤 정상적인(하지만 그래서 더욱 비정상으로 느껴지는) 멜로디들을 갖고 있어 그 조합이 묘하게 웃음을 자아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막무가내로 진행되는 두서 없는 전개 속에서도 결국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뒤섞여 있는 구성으로 뭔가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듯한 느낌이긴 하지만, 사실 영화를 보면서는 이런 저런거 생각할 여유가 없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장면들에 경악하기 바쁘니 말이다. 하지만 관객들과 달리 영화는 아주 느긋하다. 중간에 툭툭 던져지는 농담들은 관객들에게 긴장 풀고 즐기라고 말하는 듯 여유가 넘친다. 결국 영화가 끝날때 쯤 되어서는 나 역시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차원의 세계에 아주 조금은 적응된것 같았다.
글의 초반에도 말했듯이 평소 고어영화.. 혹은 엽기적인 영화들을 특별히 꺼리는 편은 아닌데, '트로마 스튜디오'의 영화들을 다시 보라고 하면 조금 고민될것 같다. 분명 나쁘진 않았지만 이 영화 한편으로 그들의 스타일을 알아버린 이상 왠만해선 다시 시도하기가 쉽지는 않을것 같다.
덧1. 이 영화를 보고난 다음날이 말복 이어서 어머니가 닭도리탕을 해주셨는데, 덕분에 도저히 못먹겠더라;;;
덧2. 검색을 해보니 작년 부천영화제에 이 영화가 상영되었나 보다. 당시 여자주인공이 내한해서 GV도 했었다는 듯? 혹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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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죽여주는군요...;;;;
영화는 저 포스터 보다 훨씬 더한 충격이랍니다;
이 시간에 이런 포스터를 보는건 좀...
난 영화를 봐서 아무생각 없었는데, 포스터를 다시 보니 좀 혐오스럽긴 하네.ㅎㅎ
<트로미오와 줄리엣> 중고 비디오를 오래 전에 사뒀었는데 아직까지 안보고
모셔두고만 있네요. ^^;
제목이 왠지 낯설지 않아서 검색해 봤더니 예전에 보려다가 초반에 포기한 영화군요.ㅎㅎ
헉!!! 이거 밤잠 못자겠군요 ㅠ_ㅠ);;;
음..포스터만 보고도 꺼려 하시는 분들 많으시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