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파견의 품격'을 보게 된 계기는 주인공 '시노하라 료코' 때문이다. 전에 그녀가 나오는 드라마를 우연찮게 봤었는데,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다른 출연작들을 찾아보던 중, '파견의 품격' 이란 재미있는 제목의 드라마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는 제목만큼이나 유쾌하고, 적어도 나에겐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 드라마를 보니 일본에는 '파견사원' 이라는 제도가 굉장히 활성화 되어있나 보다. 하지만 역시 파견사원들에 대한 대우는 정사원들의 50%에도 못미치는 수준. 게다가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사내 식당에서의 밥값도 다르고 3개월마다 계약 갱신을 위해 눈치를 봐야하며 정사원들의 온갖 잡일을 해내야 하는 상황. 이런 상황에 정사원들 월급 몇배의 시급을 받으며, 돈을 받은 만큼 정사원 10명분의 일을 혼자 처리해 내는 슈퍼파견 '오오마에 하루코'가 한 회사에 파견되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여기까지의 스토리로 충분히 상상이 가겠지만 수퍼파견 오오마에 하루코는 보통 인물이 아니다. 매일 업무시작 10분전에 출근한 후 일명 '오오마에 체조'를 하고 9시 정각에 일을 시작하는데, 업무시간엔 핸드폰도 꺼놓고 지진이 일어나도 업무를 멈추지 않는다. 12시가 땡하면 바로 점심식사 후, 역시 오후에도 쉬지않고 일을한 뒤 6시가 되면 바로 퇴근을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돈이 얼마든 잔업은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사 외에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며, 3개월 계약기간이 끝나면 어디론가 사라진다. 게다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자격증을 갖고 있으니, 자신들보다 훨씬 뛰어난 이 파견사원을 정사원들은 경계할 수 밖에. 그렇게 서로 부딪히며 가까워지는(?) 3개월간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줄거리다.
내가 이 드라마에 빠진건 '오오마에 하루코' 라는 캐릭터와 드라마가 진행되는 전개 방식이다. '오오마에' 란 캐릭터가 워낙 강하고 쎈 성격이라 자칫 그녀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이 애매해 질 수 있는데, 그 강약 조절을 너무나 잘했다고나 할까. 주변 사람들에 맞춰서 변해가는 오오마에가 아닌, 사람들을 자신의 스타일로 맞춰나가는
오오마에이기 때문에, 결국엔 그녀의 차가운 말 한마디에도 사람들은 그녀의 진심을 파악하고 감동받게 된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란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스토리를 흥미롭게 만든것은 오오마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굉장히 과장되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갑자기 중장비 운전기사로 돌변한다거나, 참치해체의 달인으로 등장하질 않나, 어떤때는 조산사, 어떤때는 스카이 다이버로 변신해 불가능한 업무를 해결하는 모습들이 말이 안되는 상황이란걸 알면서도 굉장히 재미있다.
그리고 이런 류의 드라마들에서 빠질 수 없는 러브라인. 이 부분은 나의 예상과 다르게 너무나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던 부분이다. 그렇다고 너무 그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예상치 못한(하지만 오오마에 성격에 너무 잘 들어맞는) 결론으로 흘러가 끝까지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현실에 대한 반영과 비판이 적당한 과장과 함께 합쳐지면서 교훈과 재미를 적절하게 섞어 놓았다는 점에서 난 이 드라마가 참 좋았다. 방영당시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올해 말이나 내년초에 파견의 품격 2탄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던데, 소문에서 끝나지 말고 진짜 2탄이 나왔으면 좋겠다.
<파견의 품격 OST 중, 見えない星 - 나카시마 미카>
이 드라마는 음악도 참 좋다. 마치 드라마의 느낌을 축약해 놓은듯 하다.
덧1. 시노하라 료코를 볼때마다 우리나라 배우 '예지원'이 떠오른다.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마져도 어쩜 그리 비슷한지. 모든 작품들에서 느꼈지만 특히 오오마에 하루코 캐릭터는 정말 예지원과 싱크로율 100% 다.
덧2. 우리나라에서 이 드라마를 방영한적이 있다던데, 제목이 무려 '만능사원 오오마에' 였단다. 누가 지었는지 센스가 이리도 없을수가. 그럴바엔 차라리 원제 그대로 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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