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일을 맞아 어김없이(?) 공연을 보러 갔다. 친구가 선택한 공연은 뮤지컬 '빨래'. 당최 이게 얼마만에 보는 뮤지컬인지. 내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배우들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몸이 상할정도로 열심히 일하고도 무시 당하는 외국인 노동자,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일할 수 밖에 없는 계약직 여직원, 사지가 절단된 딸의 수발을 평생동안 들고 있는 할머니, 사랑하지만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그를 떠나보낸 여자. 이 뮤지컬은 이런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분명 이 뮤지컬을 보고 눈물 꽤나 흘렸을거다. 나와는 다른, 좀 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연민...혹은 동정 이랄까. 하지만 난 어느덧 이런 이야기에 감동을 받을 시기를 뛰어 넘은것 같다. 물론 상황은 틀리지만 나 역시 그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을 갖고 있어서 일까. 그래서인지 역시나 희망으로 가득찬 채 마무리 되는 엔딩이 가식적으로 느껴졌었다. 결국엔 모두 잘 될거라는 뻔하면서도 비현실적인 결론이 아닌가 싶어서. 내가 너무 부정적인가.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나무랄데가 없었다. 워낙 오랫만에 보는 뮤지컬이라 비교 할 대상은 없었지만, 음악도 좋았고, 그 음악을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성량도 좋았고, 연기도 아주 반짝반짝 했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이 뮤지컬을 봤다면 더욱더 충분히 즐길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덧. 뮤지컬 '빨래'에 등장하는 이 배우를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봤던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에 나왔던 배우더라. 뮤지컬 '빨래'의 주연은 아니었으나 연기나 행동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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