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김기덕 감독이 제작했다는건 알고 있었는데, 그가 시나리오를 썼다는것은 영화가 시작한 후 크레딧을 보면서 알았다. 그래서 왠지 처음부터 조금 긴장이 됐었는데, 중간중간 조금 어색하게 치고 빠지는 대사들을 제외하고는 의외로 그의 색깔이 많이 묻어나진 않는 영화였다. 마치 그가 '이젠 한번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어보자' 라고 작정하고 쓴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래서인지 '영화는 영화다'는 그가 쓴 작품들 중에서 아마 '대사가 가장 많은 영화'로 기억될것 같다. 그럼에도 역시 상황을 질척하게 만들어 주인공들로 하여금 잔인하리만치 끝장을 보게 만드는 그의 특기(?)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의 내용은 욱하는 성질을 가진 한 배우가 자신이 찍던 영화 상대역할로 배우가 되고 싶어하던 깡패를 캐스팅해 실제 싸움을 벌이며 영화를 찍는다는 이야기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이들의 실제 싸움으로 촬영되는 영화는 엔딩을 알 수가 없다. 포스터에 쓰여져 있는 문구처럼 이기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것.

이 영화는 '영화 속 영화'라는 액자구성을 통해 좀 더 리얼하고 생생한 느낌으로 현장을 보여주며 다가오긴 하지만, ' 깡패와 실제로 싸우면서 영화를 찍는다'는 설정에서 나올 수 있는 무리수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그냥 그대로 흘러가다보니 제목 그대로 '이 영화는 영화다' 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또한 '조폭'을 다룬 여느 한국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설정들이 단순하게 남발된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

하지만 이 영화를 단지 그저 그런 영화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엔딩 이다. 비로소 엔딩에 이르러서야 영화속 영화와 현실, 그리고 그 둘을 아우르는 이 영화 자체가 각기 다른 층으로 분리되면서 묘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확실히 '추석특집영화' 라는 뭔가 건전하고 대중적인 타이틀(?)을 달기엔 무리가 있어보이는 영화지만, 최근에 등장한 국내 영화들 중에서는 꽤 흥미로운 구조를 가진 영화인것 같다.


덧. 영화를 보고나니 이 영화를 국내 복귀작으로 선택한 소지섭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는 정말 '해안선'의 장동건 처럼 되고 싶었던 걸까. 만약 그렇다면 그의 선택은 성공적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