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에 조금 부정적인 편이다. '뮤지컬' 은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며, 또한 그 열기를 함께 느껴가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생생한 감정의 전달이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또한 뮤지컬은 대부분 노래를 통해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만약 원작 뮤지컬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본다면 과연 노래를 통해서 그 영화(혹은 뮤지컬)이 가진 서사를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가 라는 부분에서 좀 의문이었다. 내가 영화 '맘마 미아'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그래서였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들이 역시나 편견이었음을 영화 '맘마 미아'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날카로운면서도 유쾌한 대사들이 넘실대고, 적절하게 배치된 아바의 음악들은 영화 속에서 흐르는 주인공들의 감성을 아주 멋지게 표현해주고 있었으며, 배우들의 연기는 결코 가볍지 않으면서도 너무나도 신나고 흥겨워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들썩들썩 한것 같다. 마치 영화의 배경 속에 내가 속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이 됐다고 할까.
이 영화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 이유는 역시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와 영화로서의 적절한 각색, 그리고 언제 들어도 좋은 아바의 음악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완벽한 3박자에 멋진 배우들의 연기가 합쳐지니 그야말로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울 수 밖에. 또한 영화의 배경이 된 아름다운 그리스의 풍경들도 뮤지컬과는 다른, 영화만의 장점.
무엇보다 이 영화 이야기를 하며서 '메릴 스트립'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그녀의 연기와 노래는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감탄할 정도. 내가 이 영화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메릴 스트립'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피어스 브로스넌의 노래는 사실 좀 민망했달까. 영화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음정도 불안하고 굉장히 정직한(?) 목소리더라. 다른 배우들은 정말 가수로 전업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피어스 브로스넌은 계속 배우만 해야될듯;
이상하게도 올 여름엔 그다지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없었는데, 여름의 끝에서 우연히 만난 '맘마 미아' 덕분에 올 여름이 유쾌하게 기억될것만 같은 느낌이다. 역시나 요즘 영화 '맘마 미아' 인기가 높아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는 '싱어 송 버전'도 곧 개봉한다는데, 이거 재미있을듯. 솔직히 나도 몇몇 곡은 따라 부르고 싶었으니 말이다.
덧. 영화에 '콜린 퍼스'가 나와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왠지 '워킹타이틀'에서 뮤지컬 영화를 만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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