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70(2008) - ★★★

보고듣고/영화/드라마 2008. 10. 9. 01:00 Posted by 주드

이 영화의 줄거리는 그다지 특별할게 없다.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밴드를 결성 하지만, 세상은 그들의 음악을 알아주지 않고 결국 끼니를 걱정해야 될 만큼 궁핍한 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클럽 무대에 데뷔를 하게 되고, 그때부터 서서히 이름을 알리던 그들은 전성기를 맞게 된다. 그렇게 유명해지자 밴드 맴버들은 조금씩 와해되면서 해체 위기까지 맞게 되지만, 그들은 결국 다시 하나가 된다...는 식의 궂이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들어봤음직한, 조금은 평범하고 특색없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색다르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70년대' 라는 영화의 배경인데, 억압된 시대적 상황속에서도 본능적으로 마음이 가는대로 연주하고 노래부르는 밴드 멤버들과 그들을 보기 위해 클럽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때론 감동적이기도 하면서, 때론 현재의 모습들과 중첩되었다. 물론 지금은 자유롭게 클럽에서 밴드의 공연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순 있지만, 꿈을 담보로 수 많은 부당함에 맞서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시대를 떠나 공통된 정서를 지니고 있는것 같달까. 그리고 그 뜨겁고 거칠것없는 청춘의 모습들에 휩쓸려 잠시나마 내 마음도 들떴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건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밴드 '데블스'의 음악과 연주, 그리고 생생한 현장이다. 스크린을 통해 이미 찍혀져있는 영상을 보고 있지만, 마치 내 앞에서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멋진 공연들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최호 감독은 초기작 '후아유' 에서도 조승우의 노래실력을 잘 활용(?) 하더니, 이번 영화에서는 그의 가창력을 영화의 메인으로 내세웠고 완성도 면에서는 꽤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너무나 전형적인 조승우의 캐릭터 보다는 신민아와 차승우의 캐릭터들이 더 매력적이다. 신민아가 연기한 캐릭터는 그동안의 모습들과는 너무나 달랐지만 의외로 잘 어울려서 놀라웠고, 차승우는 음악만 잘하는줄 알았더니 연기도 자연스럽게 잘 소화해내더라. 비쥬얼도 나쁘지 않으니 계속 연기를 해도 될듯. 물론 난 음악을 하는 그가 더 좋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역시나 스토리가 좀 더 탄탄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음악과 밴드를 소재로 한 영화로서는 나쁘지 않았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