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항상 어렵다. 우연한 계기로 인한 마주침 이후, 나를 보는건가 아닌가, 말을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왠지 놓치면 후회할것 같은데, 다가 설 용기도 없어 그냥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내가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재미있게 본 이유는 이 영화가 이렇게 두근거리던 어느 순간에 대한 기억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눈빛과 음악들이 대사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특이한 점은 이 떨리는 로맨스의 주인공들이 모두 '소년' 이란 점이다. 물론 주인공들이 '게이' 라는 점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들이 '소수' 이기 때문에 이런 만남이 더욱 쉽지 않을거란 생각도 든다. 때문에 그로인해 파생되는 우울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의 퀴어영화들에 주된 소재로 쓰였던것 같고. 

그럼에도  이 영화는 굉장히 밝다. 서로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천사(그것도 예지원씨!)가 등장해 이들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길거리 연애수칙(?)' 이라는 경쾌한 노래와 함께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기도 한다. 다소 무거웠던 초반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도 단편영화 다운 재미있는 아이디어인듯.

하지만 대사없이 배우들의 음악과 표정만으로 진행되는 영화에 춤과 노래까지 합쳐지니 왠지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사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를 보려고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 들렀다가 마침 시간이 맞아 우연찮게 보게 된 영화였는데, 4,000원 이란 가격에 짧지만 재미있던 단편 영화와 메이킹 필름, 그리고 상영후에 감독과의 대화까지 진행되었던 굉장히 알찬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