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항상 어렵다. 우연한 계기로 인한 마주침 이후, 나를 보는건가 아닌가, 말을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왠지 놓치면 후회할것 같은데, 다가 설 용기도 없어 그냥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내가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재미있게 본 이유는 이 영화가 이렇게 두근거리던 어느 순간에 대한 기억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눈빛과 음악들이 대사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특이한 점은 이 떨리는 로맨스의 주인공들이 모두 '소년' 이란 점이다. 물론 주인공들이 '게이' 라는 점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들이 '소수' 이기 때문에 이런 만남이 더욱 쉽지 않을거란 생각도 든다. 때문에 그로인해 파생되는 우울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의 퀴어영화들에 주된 소재로 쓰였던것 같고. 

그럼에도  이 영화는 굉장히 밝다. 서로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천사(그것도 예지원씨!)가 등장해 이들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길거리 연애수칙(?)' 이라는 경쾌한 노래와 함께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기도 한다. 다소 무거웠던 초반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도 단편영화 다운 재미있는 아이디어인듯.

하지만 대사없이 배우들의 음악과 표정만으로 진행되는 영화에 춤과 노래까지 합쳐지니 왠지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사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를 보려고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 들렀다가 마침 시간이 맞아 우연찮게 보게 된 영화였는데, 4,000원 이란 가격에 짧지만 재미있던 단편 영화와 메이킹 필름, 그리고 상영후에 감독과의 대화까지 진행되었던 굉장히 알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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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12.02 2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번이 연출이 처음이라 많이 부족합니다.
    다음엔 좀 더 잘 할 자신이 있구요.
    더 열심히 할게요.^^*

    • BlogIcon 주드 2008.12.05 1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감독님이 오셨네요! :)
      영화 굉장히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특히나 상영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때 솔직하신 모습들이 인상 깊었구요. 속편으로 만드신다는 영화도 내용이 재미있던데, 기대됩니다. 앞으로 감독님께서도, 청년필름에서도 좋은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 주시길 바랄게요.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12.05 1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보셨군요. 전 이거 언제 개봉이든가 이러다가... 애고고, 시험기간을 맞이하고 말았어요. 정말 알찬 관람하셨네요. 4천 원이 안 믿길 정도에요. 근데... 우와악~! 감독님의 덧글이 있다는 게 더 놀라워요. 이렇게 직접 관객을 찾아 반응을 보시기까지...

    • BlogIcon 주드 2008.12.05 15: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벌써 시험기간이시군요. 저는 이 영화, 우연하게 봐서 그런지 더 재미있게 기억되네요.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때 감독님이 영화 리뷰들 검색해서 보신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설마 했는데, 이렇게 제 블로그에도 들러 주셨네요. 첫 작품이라 더욱 신경을 쓰이실것 같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