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대사 조차 할 수 없는 '로봇'에 이 정도의 생명력과 감정을 불어넣으려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상상력과 세밀함이 필요할지 나로서는 상상이 안간다. 그저 '월-E'를 보며 픽사가 만들어낸 상상 초월의 장면들에 그저 놀라워 할 뿐이다. 게다가 이 로봇들을 시발점으로 삼아 인간에 대한 경고와 기대를 동시에 지적하며, 그럼에도 결국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의 거대한 스토리에는 경외감마저 들 지경이었다. 그러고보면 픽사의 에니메이션들은 왠지 아이 보다는 어른들을 타겟으로 하는 듯.
하지만 무엇보다 월-E가 놀라운 점은 '사랑'에 대한 순수한 접근이다. 로봇들이 만들어내는 아날로그적 사랑 이야기랄까..
오래된 뮤지컬 영화 테입을 돌려보며 매번 영화 속 장면들에 빠져들 정도로 감성적이지만 한편으론 소심한 로봇 '월-E'가 새로운 로봇 '이브'를 발견한 뒤, 목숨을 걸고 이브 앞에 나타나 마음을 얻기 위해 하는 행동들, 또 결국 이브를 따라 우주여행까지 하게 된 월-E의 맹목적이고 순수한 모습들과 점점 월-E에게로 마음을 움직이는 이브의 모습이 나에겐 눈물 날 정도로 뭉클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내가 왜 작년에 이 영화를 놓쳤을까. 디비디가 나온 후에도 이 영화에 대한 존재감을 거의 잊고 있던 바람에 작년에 봤던 영화들 결산에서도 빼먹었으니 할 말은 없지만, 뒤늦게 챙겨 본 '윌-E'는 내가 알고있는 최고의 수식어를 붙이고 싶을 만큼 정말 멋진 영화였다.
아, 월-E와 이브의 피규어가 갖고 싶다.
덧. 이 영화를 보면 인간들은 쓰레기더미가 된 지구를 떠나 우주선 속에서 살아가는데, 이 설정은 왠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을 연상시켰다. 게다가 '이브' 라는 로봇의 이름까지. 하지만 '월-E'가 '파피용'에 영향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스토리를 이렇게 감동적으로 풀어냈음이 대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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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E 정말 최고의 영화죠(..) 다 보고나서 잠시간 굳어있었어요. 중간에 윌E가 이상해져서 이브가 그걸고치려고 열심히 할때는 정말이지 ;ㅁ;.... 감동감동.
이 감동을 제 동생도 느끼게 해주고자 동생을 보여줬었는데 시킁둥하더군요. 어른 감성의 영화인 듯 하네요-_-a
오오! 저도 그 장면 정말 슬펐어요. 하마터면 울뻔 했다죠.-_-
사실 저도 이 영화 개봉 당시에 8살 조카와 함께 보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어찌 하다가 시기를 놓쳤는데, 아마 함께 보러 갔다면 조카는 재미없다고 투덜대고 저 혼자서만 크게 감동받아 정신 못차렸을것 같네요. :D
드디어 월이를 보셨군요. 진짜 너무너무 귀여운 본격염장 애니메이션이지 말이에요. 퇴행이나 기억상실은 인간들 로맨스에 나오면 지겹기부터 한데... 로봇들이 그러니까 나름 신선하더라고요.
넵! 드디에 봤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로봇들의 사랑이 신선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더라구요. 특히 월-E의 행동들은 로봇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성적이고 사랑스럽더군요. 정말 이렇게 좋은 영화를 놓칠뻔 하다니 말이죠!
많은 분들께서 아니 거의 만장일치로, 작년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이 작품을 꼽으시더군요.
저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애니메이션이였습니다. ^^*
순수하고 순진무구한 우리 워어~리가 영악스러운 이브아~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픽사는 최고입니다. (^.^)=b
네. 작년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놓친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이브'가 영악스러운 느낌이었나요? 저는 그냥 한없이 좋게만 보여서.ㅋㅋ 마치 '고양이'의 느낌이랄까요. 관심없는척 시크한척 하다가 결국 월-E가 정신을 못차리니 당황하는 이브의 모습이 너무나 좋았답니다. 덕분에 더욱 감동적이었구요!
확실히 애니메이션은 인간보다는 비인간을 다룰때 매력적인 것 같고 픽사는 그 정점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로봇이면서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을 만들어대다니, 그 감수성은 정말 미쉘 공드리의 그 아날로그적인 면과 함께 양대 정점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욱더 픽사 작품이라면 무조건 믿음이 갈 것 같아요. 대사도 없이 그것도 로봇의 행동과 표정만으로 그 만큼의 느낌을 전달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정말 그 감수성이 너무너무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