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독립다큐영화 '워낭소리'의 흥행이 잘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소문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극장에 가보니 더욱 실감났다. 그 동안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다양한 영화를 봐 왔지만, 이렇게 많은 관객이 상영관을 채운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 시작된 후, 초반엔 조금 불편했다. 그 작은 극장 안에서 영화의 도입부에 나오는 몇몇 장면에도 사람들의 감탄사나 웃음 소리가 어찌나 크게 울리던지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고 중반부가 되어서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숨을 죽이고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고, 후반부에 들어서는 여기저기서 눈물을 삼키는 소리들로 상영관이 가득 채워 졌다.


30년을 함께 일하면서 희노애락을 함께한 한 마리의 소와 노부부의 일상을 담은 이 다큐는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교감을 그리며 큰 감동을 전해 준다. 또한 인간이며 동물이며 생명을 너무나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요즘 시대의 모습에 비해 이 영화는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건함을 일깨워주는 영화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수십년을 때론 동료로서 때론 친구로서 함께 일하고, 함께 늙어가는 소와 노인의 모습은 인간과 동물이 아닌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 그 자체로서 다가오며, 때문에 예정된 결말이 다가올수록 그 끝이 바꿀수도 피할수도 없는 현실인걸 알기에 관객들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것 같다.

예전에 다큐멘터리 영화 '송환'을 보고서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몇 년간의 취재 기간과 촬영을 거쳐 힘겹게 탄생하는 다큐멘터리들을 사람들은 그 가치에 비해 너무 가볍게 치부해버리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다. '워낭소리'의 경우도 처음 TV다큐멘터리로 시작했으나 제작비 문제로 우여곡절끝에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작품들을 성원하고 지지해 주는것이 관객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이 영화 흥행이 잘 되고 있다고하니 다행이지만, 개인적으론 그 돌풍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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