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 영화들을 좋아한다.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들도 많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며 화면들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살아있는 캐릭터들과 그들의 섬세한 감정묘사들이 대부분의 일본 영화들에서 찾을 수 있는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장점들이 적용되지 않는 장르가 있으니 바로 '블록버스터'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보고서는 난 재미는 커녕 실망을 하지 않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블레임:인류멸망2011'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영화였다. 평소에 좋아하던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가 나온다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던 나는 역시나 상영 내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식상한 소재를 평범하게 다뤘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풀어낼때의 핵심은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 영화는 전혀 개연성도 없어 몰입이 되지 않는다. 그저 이런 시나리오로도 잘나가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거대 자본을 끌어들여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달까.
일본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이쯤되면 무분별한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환상은 깨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 잘하는걸 더 잘하려는 생각은 안하고, 되도않는 것들을 어설프게 모방하여 만들어내고 있는지.
덧1.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원래 일본에서 성인영화(핑크무비?)를 만들던 사람이라고 한다.
덧2.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그래도 난 '일본침몰'이 이 영화보다는 조금 나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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