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 영화들을 좋아한다.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들도 많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며 화면들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살아있는 캐릭터들과 그들의 섬세한 감정묘사들이 대부분의 일본 영화들에서 찾을 수 있는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장점들이 적용되지 않는 장르가 있으니 바로 '블록버스터'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보고서는 난 재미는 커녕 실망을 하지 않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블레임:인류멸망2011'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영화였다. 평소에 좋아하던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가 나온다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던 나는 역시나 상영 내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식상한 소재를 평범하게 다뤘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풀어낼때의 핵심은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 영화는 전혀 개연성도 없어 몰입이 되지 않는다. 그저 이런 시나리오로도 잘나가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거대 자본을 끌어들여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달까.

일본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이쯤되면 무분별한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환상은 깨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 잘하는걸 더 잘하려는 생각은 안하고, 되도않는 것들을 어설프게 모방하여 만들어내고 있는지.


덧1.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원래 일본에서 성인영화(핑크무비?)를 만들던 사람이라고 한다.
덧2.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그래도 난 '일본침몰'이 이 영화보다는 조금 나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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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1004ant 2009.02.27 16: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일본이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들... 마음에 안들지만, 자기가 못하는 것에도 성공해보려는 시도 자체는 칭찬해주고 싶어요. 자기가 가진 강점을 한쪽 구석탱이 던져버리고, 새로운 강점을 찾아헤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 BlogIcon 주드 2009.03.02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물론 시도는 좋죠. 하지만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것이 큰 문제인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입장이 아닌 만드는 입장이 되면 잘못되고 있는 방향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걸까요.

  2. BlogIcon 인생의별 2009.02.27 1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 상업영화들은 너무 감동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이 영화도 후반부에 단 레이가 의사들 모아놓고 고마웠다고 연설하는 장면에서는 어찌나 닭살스러웠는지 모릅니다;; 할리우드처럼 화끈하게 재미만 추구한다면 일본도 꽤나 그럴싸한 블록버스터영화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알면서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어요ㅋ

    그나저나 엔딩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하셨군요ㅋㅋ 전 아마도 올해 최고(?)의 엔딩으로 뽑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하-_-;

    • BlogIcon 주드 2009.03.02 1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할 기분이 안나서 말이죠. 예고편을 봤을때는 이번에는 좀 새로울지도..했었는데 예전의 블록버스터들 보다 더 나빠졌더라구요. 그리고 엔딩..하아..-_-;

  3. BlogIcon 백호 2009.03.07 0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의 영화는 규모가 작아야하고 소시민 적이어야 하고 최대한 개인의 이야기를 다뤄야해요.
    그런건 참 잘만들거든요 일본이. 감정 묘사라던가.
    어떻게 보면 참 영화 잘만드는 일본인데 블록버스터 보면 그런 마음이 싹 가셔요-_-;;; 그래도 세계 상위권의 경제 대국인데 왜 그럴까요.

    • BlogIcon 주드 2009.03.09 09: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일본 영화들 소재도 좋고, 발상도 독특하고, 연기들도 잘하는 편인데 그게 왜 블록버스터에만 적용이 안될까요. 저도 왜 그런지 궁금하네요.

  4. 기사 2009.03.17 0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제 독감 바이러스는 백신을 투여하지 않으면 낳을 수 없는데 이러한 바이러스의 변이가 복잡해서 보건기구 who에서는 다음 해에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하여 전세계에 보급하여 나라별 회사별로 백신계발에 경쟁한다. 지금은 비록 위험성이 낮다하더라도 후에 더욱 더 복잡해져서 그 위험성은 커질 수 있다. 우리 나라도 최근 자체 백신 계발법을 계발하여 백신 수출국이 되었다. 결론은 이런 미래를 미리 영화로 꾸며보는 블레임... (국립중앙과학관 웹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