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힙합을 좋아하는 이유는 '힙합'은 가장 문학적인 코드를 많이 담고 있는 음악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하면, 일반적으로 노래를 들을 때 리듬이나 음율 보다는 가사에 더 비중을 두는 나에게 있어 힙합의 랩 가사를 통해 전달되는 여러가지 비유와 상징들 또 풍자와 비판들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또는 하나의 소설을 읽는 듯 입체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힙합에서 이런 입체적인 느낌을 잘 살려주는 장치가 '라임'과 '플로우'이다. 그리고 '화나'의 첫 솔로 앨범 이야기에 앞서 그가 속한 '소울 컴퍼니' 이야기를 먼저 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나'라는 뮤지션을 처음 알게 된 건, 2005년 '더 콰이엇'의 1집을 듣고서다. '소울 컴퍼니' 소속 뮤지션 중에서도 난 '더 콰이엇'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의 1집 중 4번트랙 '커다란 실수' 라는 곡이 굉장히 인상 깊었었다. 알고보니 '화나'가 피쳐링을 한 곡이었는데, '더 콰이엇'이 낮게 읍조리는 랩 스타일인데 반해, '화나'의 음색은 조금 높아 드라마틱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둘의 조합 역시 독특했고.
무엇보다 이 곡에서 드러나는 '화나'는 라임은 환상적이다. 한 박자 엇나가는 듯 하면서도 묘하게 맞아 떨어져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그 이후 소울 컴퍼니 오피셜 앨범이나 다른 뮤지션들의 피쳐링으로 참여한 곡들에서도 '화나'의 라임은 계속적으로 폭발했다. '라임 몬스터' 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드디어 '화나'의 첫 1집 앨범이 발표됐다. 아직 서너번정도 밖에 들어보지 못했지만, 첫 느낌은 그의 실력은 여전 훌륭하다는 것이다. 오랜만의 등장이 무색할 정도로. 다만 전반적으로 조금 무거운 느낌은 있다. 일부러 목소리톤을 낮게 깔아놓은듯한 느낌. 전반적인 앨범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긴 하지만, 나는 이 점이 조금 아쉽다.
일단은 계속 음반을 들어봐야 겠다. 좋은 힙합은 들으면 들을수록 그 느낌이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 지니까.
덧. 이번 앨범에 가사집이 수록되지 않은점이 아쉽다. 가사만 읽어보면 마치 시를 읽는 듯 한 느낌이 들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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