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영화. 대놓고 웃기는 영화라기 보다는 나름 심각한 장면인데 뭔가 어설프게 핀트가 하나둘씩 어긋나며 계속적으로 웃음을 주는 영화였다. 그래서 영화는 꽤 즐거운 편이었고 상영시간도 짧았는데, 전날 과음으로 인해 상태가 안좋았던 나는 중간에 살짝 졸았었다. 그러가다 관객들의 웃음소리에 화들짝 깨어나고를 반복. 덕분에 영화를 본것도 아니고 안본것도 아니랄까.
위의 10명의 감독들이 '돈'을 주제로 만든 10편의 단편을 엮은 작품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품이다. 워낙 인기가 많아서 바로 매진이 되는 바람에, 전주에 도착해 겨우 표를 구해서 봤는데 놓쳤으면 후회할 뻔 했다. 10편 모두 재미있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동전 모으는 소년', '페니러버', '신자유청년'.
'동전 모으는 소년'의 경우엔 '돈'의 양면성을 굉장히 아프게 다룬 작품. 소년에게는 소녀를 기쁘게 해줄수 있게 해줄것 같던 '돈'이 소녀에게는 소년에게 큰 상처를 주는 수단이었달까. 게다가 결말이 조금 충격 이었다.
'페니러버'는 '롤러코스터'의 보컬 조원선이 출연한 단편. 그녀가 뮤지션으로 출연하고 '하림'도 같이 등장한다기에 뮤지션의 일상을 다룬 영화인가 했는데 왠걸..꽤 절절한 멜로물이었다. 살짝 뮤직비디오 느낌이 나긴 하는데, 워낙 조원선을 좋아하는지라 재미있었다. 영화 속에 삽입된 그녀의 1집 앨범 음악들도 잘어울렸고.
'신자유청년'은 현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 혹은 풍자가 정말 최고였던 작품. 임원희의 오바 연기도 좋았고, 까메오(?)로 등장한 진중권씨와 허지웅기자도 어찌나 재미있던지. 역시 '은하해방전선'을 만든 윤성호 감독 작품 답다는.
지금으로부터 30년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나, 당시 검열로 인해 1시간이나 짤려서 개봉됐던 이 영화의 복원판이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다길래 가서 봤다. 역시나 지금봐도 충격적이고 탄탄한 스토리가 압권인 작품.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메세지까지 완벽하게 담긴 수작이다. 영화 상영 후, 이두용 감독님과 주연인 하명중씨의 GV가 있었는데 거의 1시간 가량을 진행했던것 같다. 30년전에 만든 작품을 이제서야 제대로 선보일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웠겠는가 말이다. 보는 나도 감동스러울 정도였으니. 꽤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었는데, 기억나는건 이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의 집을 촬영할 당시에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었다는것.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음악이 좋아서 밴드를 시작했지만, 음악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든 그들의 현실을 다루면서 한편으로는 소아밴 멤버들과 한때 그들과 함께 했었던 '요조'사이에 생긴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도 꽤 인기가 많았는데 아마 '요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역시나 상영장에서는 요조만 나오면 얕은 탄식이 곳곳에서..어찌됐던 난 그녀의 음악을 도저히 못견디겠지만. 소아밴과 요조의 문제는 밴드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모이면 흔히 일어나는 문제들이었다. 그런 익숙한 문제들을 새삼스레 스크린을 통해 다큐로 만나보니 오히려 색달랐다고 해야하나.
3개의 단편영화를 모아서 상영한 섹션. 3개의 단편 모두 재미있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마지막에 상영된 '우유와 자장면' 이란 영화. '은하해방전선'의 혁권 더 그레이트 박혁권씨가 나오는 작품인데, 사회 부조리에 대한 비판과 그런 사회에 점점 물들어가는 한 남자, 그리고 이 두가지에 얽힌 약간의 멜로가 짧은 시간동안 아주 잘 배합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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