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간단하게 정리해 '식인 멧돼지'를 잡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식인 멧돼지가 상상의 괴물도 아니고,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사건이니 2시간 짜리 영화 소재로 끌고 나가기엔 조금 늘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는 이런 내 우려를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인 '멧돼지'에 집착하기 보다는, 멧돼지로 인해 모이게 된 각 캐릭터들 한명 한명을 그저 웃기게(?) 풀어내고 있었던 것. 때문에 괴물의 엄청난 자태(?)와 활약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봤다면 꽤 실망했겠지만, 난 우리나라 블록버스터 영화의 독특하고 색다른 변주를 보는 것 같아 꽤나 즐거웠다. 물론 이 영화의 독특한 개그 코드가 나와 잘 맞기도 했고.
덧붙여 영화가 끝까지 처음의 느낌을 그대로 이어나가는 점도 좋았다. 이런식의 영화들은 대부분 잘 나가다가 후반부에 억지 감동 코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급격하게 이상해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뚝심있게(?) 마지막까지 3차원 개그 코드로 밀어붙인다.
꽤 공을 들였다고하나 그래도 좀 어색했던 멧돼지 CG와 후반부 들어 갑자기 '인디아나존스'를 보는 듯한 장면들의 나열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 보다는 즐거운 마음이 컸던 영화였다.
게다가 나름 무능한 경찰에 대한 시니컬한 조롱과 무차별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경고 메세지를 담고 있으나, 예고없이 팡팡 터지는 3차원 개그들로 무장한 이 영화에서는 그저 구색맞추기 소품에 불과 했다는 점도 특이했다. 또한 감독은 작정한듯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까지 비장의 개그를 선보이는데, 분명 유치하게 느껴져야 하는 그 장면이 왜 그리 웃기던지.
영화가 끝난 후 생각해보니 왠지 멧돼지 사냥하는거 구경하러 갔다가 감독의 총질에 내가 사냥된듯한 느낌이었다.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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