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드라마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편의 드라마는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그걸 챙겨 본 시간마져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왕 끝까지 본거 리뷰나 써보자 싶은거고, 또 한 편의 드라마는 지금까지 내가 봐 왔던 미니시리즈 중 가장 빠른 시간내에 클리어(?) 했을 정도로 굉장히 인상 깊은 작품이라 이야기 하고 싶어진거다. 근데 궂이 두 드라마를 묶어놓은 이유는? 바로 '착한 드라마' 라는 것 때문.
참, 아래부터는 두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가득하니 안 보신 분들은 주의 하시길.
일단 '찬란한 유산' 은 언론에서 밀어준 '착한 드라마'다. 찬란한 유산은 방송이 끝나기만 하면 여기저기서 착한 드라마라의 지평을 열었다는등, '막장'과는 거리가 먼 드라마 라는 등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이 드라마를 닥본사 한 나로서는 도대체 '착한 드라마'는 뭐고, '막장 드라마'는 뭔가 싶을 정도로 좀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난 '찬란한 유산'이 착한 드라마라고 생각되는 단 하나의 이유가 47%까지 올라간 시청률밖에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에피소드만 봐도 그렇다. 주인공 고은성의 아빠는 멀쩡히 살아있으면서도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사기를 치고, 그의 아내 백성희는 남편 모르게 그 보험금으로 남편의 자식들은 내치고 자신의 딸의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얻는다. 그것도 모자라 자폐증을 앓고 있는 전 남편의 자식이 자신을 찾아올까봐 알 수 없는 곳에 버리고, 자신의 행각이 점점 드러나자 거짓에 거짓을 보태 점점 자신이 친 덫에 빠져든다.
뿐만 아니라 남자 주인공 선우환네 가족도 어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태생이 부잣집 도련님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모두를 무시하고 누구에게나 반말을 쓰며 항상 짜증이 몸에 베인 선우환이나 유산 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길 바라는 선우환을 비롯 그의 동생과 어머니까지. 내가 보기엔 이 보다 막장일 순 없는데 도대체 어디가 착한 드라마인지?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점은 멍청한 악역들과 일관성 없는 캐릭터들이다. 오랜 배우생활동안 악역은 처음이라는 김미숙씨는 아무리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최고를 갱신해도 굉장히 답답했을 것 같다. 제대로 일을 꾸미기도 전에 계속 당하고 꼬이기만 하는 악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 덕분에 계속 피해만 입게 되는 그녀의 딸 승미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사실 이 비현실적인 드라마에서 너무나 동떨어지게 현실적인 인물이 승미였는데, 그래서 그녀가 제일 안쓰러워 보였다. 다들 정해진 해피엔딩을 위해서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데, 승미만은 아무런 답도 없고 도망칠 곳도 없는 현실에 있는 사람 같아서.
그리고 일관성 없는 캐릭터 생성에 가장 크게 한 몫한 것은 주인공 고은성과 선우환이다. 고은성의 경우는 일단 자신이 힘들때 언제나 옆에 있어 준 박준세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선우환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애매하다. 그냥 너무나 착한 고은성이 나쁜 남자에게 끌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 게다가 고은성의 주변에는 그녀를 맹목적으로 도와주는 조력자가 너무나 많아서 그녀가 무슨 억울한 일을 당한다고 해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녀가 나서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서 다 해결해 주니까.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주변 사람들을 이리저리 조정하는 고은성을 보자니 이 드라마의 진정한 악역은 고은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
선우환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비호감인 캐릭터였다. 드라마가 끝날때 쯤엔 그 역시 고은성과 어울릴만큼의 착한 남자로 탈바꿈 하지만, 드라마 초반에 그가 보인 행보를 생각해보면 드라마 끝날때가 됐다고 갑자기 그렇게 변한것이 어리둥절할 정도다.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후, 8년 넘게 자신을 바라보던 여자를 단번에 차버릴 만큼의 이기적인 면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선우환이어서 마지막 그의 착한 모습은 그저 가식으로밖에 느껴지질 않았다.
또한 높은 시청율로 인해 당연한 수순으로 연장을 했음에도 그 동안 벌려놓은 모든 사건들을 단 2회 동안에 급하게 마무리짓는 결말도 참 어설펐다. 그렇게 엉성하게 결론이 나는 걸 보니 도대체 이 드라마를 왜 계속 보고 있었나 싶을 정도.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이해가 안갔던건 바로 매회 높아만 가는 시청율 이었다. 도대체 이 엉성한 드라마의 어떤면이 대중을 사로잡았을까.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제 내 기준에서 정말 착한 드라마 '그바보'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한국 최고의 스타 여배우와 너무 착하고 순수해서 좀 모자란듯 보이기도 하는 한 남자의 계약결혼을 다루고 있다.
일단 주인공 구동백과 한지수는 정말 착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착하다보니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속이게되고 결국엔 자신이 상처받고 다칠 정도의 행동마저 하게 된다. 최고의 여배우 한지수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우연히 만난 구동백과 계약 결혼까지 하게 되고, 평범한 우체국 직원 구동백은 이런 한지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동생과 직장 동료들을 속여가며 계약 결혼에 동참하게 되니 말이다. 어찌보면 답답할 지경이다.
시청자들의 이런 답답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럼에도 이들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너무나도 일관성있게 착하다. 그냥 사실을 말해버리면 될 것을 왜 혼자 그렇게 모든걸 짊어지고 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생각해보면 결국은 그렇기에 이 드라마가 정말 비현실적인 설정임에도 설득력을 갖게 된 것 같다. 모든걸 가진 완벽한 여자 한지수가 한결같은 구동백에게 서서히 끌리기 시작하는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어 둘이 점점 가까워 질 수록 드라마는 아주 흥미로워 지는 것이다. 분명 해피엔딩일 것이란걸 알면서도 이렇게 둘이 잘 되길 바라며 드라마를 보기는 또 오랜만.
물론 이 드라마에서도 악역은 존재한다. 자식을 위한다는 핑계섞인 욕심으로 이 모든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 있고, 거대한 아버지에 가려 자신이 원하는걸 한번도 해보지 못한 채 괴로워하다 결국 뒤늦게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악역이 되어버리는 남자가 있으니 어떻게 보면 위에서 이야기했던 '찬란한 유산'과 비슷한 구조다.
하지만 '그바보'에서는 악역의 쓰임(?)조차 굉장히 명확하다. 악역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행동을 한 후, 그 동안 자신이 그렇게 쌓아왔던 모든 걸 잃을 만큼 나락으로 떨어지니 말이다. 덕분에 주인공 구동백과 한지수를 둘러싼 조연 캐릭터들은 주인공들을 이 악역들에게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오히려 더 긴밀해지고, 단단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이야기의 구조도 튼튼해 진 것이고.
또한 주로 영화에서만 보아오던 황정민+김아중의 조합도 근사했다. 황정민의 연기는 '너는 내 운명'에서 보여줬던 연기의 장편 혹은 드라마 버전이었고, 의외로 황정민에게 밀리지 않을까 생각했던 김아중의 연기도 좀 들쑥날쑥하긴 했지만 좋았다. 김아중의 경우는 드라마 설정 상 좀 과장되어야 하는 분위기에서 오히려 너무 연기 같지 않고 현실적이어서 어색하기도.
결론적으로 '그바보'의 경우 시청율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다. 착하게만 살아서는 안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를 아주 그럴듯하게 실현시켜놓은 판타지니까.
참, 아래부터는 두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가득하니 안 보신 분들은 주의 하시길.
일단 '찬란한 유산' 은 언론에서 밀어준 '착한 드라마'다. 찬란한 유산은 방송이 끝나기만 하면 여기저기서 착한 드라마라의 지평을 열었다는등, '막장'과는 거리가 먼 드라마 라는 등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이 드라마를 닥본사 한 나로서는 도대체 '착한 드라마'는 뭐고, '막장 드라마'는 뭔가 싶을 정도로 좀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난 '찬란한 유산'이 착한 드라마라고 생각되는 단 하나의 이유가 47%까지 올라간 시청률밖에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에피소드만 봐도 그렇다. 주인공 고은성의 아빠는 멀쩡히 살아있으면서도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사기를 치고, 그의 아내 백성희는 남편 모르게 그 보험금으로 남편의 자식들은 내치고 자신의 딸의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얻는다. 그것도 모자라 자폐증을 앓고 있는 전 남편의 자식이 자신을 찾아올까봐 알 수 없는 곳에 버리고, 자신의 행각이 점점 드러나자 거짓에 거짓을 보태 점점 자신이 친 덫에 빠져든다.
뿐만 아니라 남자 주인공 선우환네 가족도 어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태생이 부잣집 도련님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모두를 무시하고 누구에게나 반말을 쓰며 항상 짜증이 몸에 베인 선우환이나 유산 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길 바라는 선우환을 비롯 그의 동생과 어머니까지. 내가 보기엔 이 보다 막장일 순 없는데 도대체 어디가 착한 드라마인지?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점은 멍청한 악역들과 일관성 없는 캐릭터들이다. 오랜 배우생활동안 악역은 처음이라는 김미숙씨는 아무리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최고를 갱신해도 굉장히 답답했을 것 같다. 제대로 일을 꾸미기도 전에 계속 당하고 꼬이기만 하는 악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 덕분에 계속 피해만 입게 되는 그녀의 딸 승미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사실 이 비현실적인 드라마에서 너무나 동떨어지게 현실적인 인물이 승미였는데, 그래서 그녀가 제일 안쓰러워 보였다. 다들 정해진 해피엔딩을 위해서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데, 승미만은 아무런 답도 없고 도망칠 곳도 없는 현실에 있는 사람 같아서.
그리고 일관성 없는 캐릭터 생성에 가장 크게 한 몫한 것은 주인공 고은성과 선우환이다. 고은성의 경우는 일단 자신이 힘들때 언제나 옆에 있어 준 박준세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선우환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애매하다. 그냥 너무나 착한 고은성이 나쁜 남자에게 끌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 게다가 고은성의 주변에는 그녀를 맹목적으로 도와주는 조력자가 너무나 많아서 그녀가 무슨 억울한 일을 당한다고 해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녀가 나서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서 다 해결해 주니까.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주변 사람들을 이리저리 조정하는 고은성을 보자니 이 드라마의 진정한 악역은 고은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
선우환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비호감인 캐릭터였다. 드라마가 끝날때 쯤엔 그 역시 고은성과 어울릴만큼의 착한 남자로 탈바꿈 하지만, 드라마 초반에 그가 보인 행보를 생각해보면 드라마 끝날때가 됐다고 갑자기 그렇게 변한것이 어리둥절할 정도다.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후, 8년 넘게 자신을 바라보던 여자를 단번에 차버릴 만큼의 이기적인 면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선우환이어서 마지막 그의 착한 모습은 그저 가식으로밖에 느껴지질 않았다.
또한 높은 시청율로 인해 당연한 수순으로 연장을 했음에도 그 동안 벌려놓은 모든 사건들을 단 2회 동안에 급하게 마무리짓는 결말도 참 어설펐다. 그렇게 엉성하게 결론이 나는 걸 보니 도대체 이 드라마를 왜 계속 보고 있었나 싶을 정도.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이해가 안갔던건 바로 매회 높아만 가는 시청율 이었다. 도대체 이 엉성한 드라마의 어떤면이 대중을 사로잡았을까.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제 내 기준에서 정말 착한 드라마 '그바보'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한국 최고의 스타 여배우와 너무 착하고 순수해서 좀 모자란듯 보이기도 하는 한 남자의 계약결혼을 다루고 있다.
일단 주인공 구동백과 한지수는 정말 착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착하다보니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속이게되고 결국엔 자신이 상처받고 다칠 정도의 행동마저 하게 된다. 최고의 여배우 한지수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우연히 만난 구동백과 계약 결혼까지 하게 되고, 평범한 우체국 직원 구동백은 이런 한지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동생과 직장 동료들을 속여가며 계약 결혼에 동참하게 되니 말이다. 어찌보면 답답할 지경이다.
시청자들의 이런 답답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럼에도 이들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너무나도 일관성있게 착하다. 그냥 사실을 말해버리면 될 것을 왜 혼자 그렇게 모든걸 짊어지고 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생각해보면 결국은 그렇기에 이 드라마가 정말 비현실적인 설정임에도 설득력을 갖게 된 것 같다. 모든걸 가진 완벽한 여자 한지수가 한결같은 구동백에게 서서히 끌리기 시작하는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어 둘이 점점 가까워 질 수록 드라마는 아주 흥미로워 지는 것이다. 분명 해피엔딩일 것이란걸 알면서도 이렇게 둘이 잘 되길 바라며 드라마를 보기는 또 오랜만.
물론 이 드라마에서도 악역은 존재한다. 자식을 위한다는 핑계섞인 욕심으로 이 모든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 있고, 거대한 아버지에 가려 자신이 원하는걸 한번도 해보지 못한 채 괴로워하다 결국 뒤늦게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악역이 되어버리는 남자가 있으니 어떻게 보면 위에서 이야기했던 '찬란한 유산'과 비슷한 구조다.
하지만 '그바보'에서는 악역의 쓰임(?)조차 굉장히 명확하다. 악역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행동을 한 후, 그 동안 자신이 그렇게 쌓아왔던 모든 걸 잃을 만큼 나락으로 떨어지니 말이다. 덕분에 주인공 구동백과 한지수를 둘러싼 조연 캐릭터들은 주인공들을 이 악역들에게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오히려 더 긴밀해지고, 단단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이야기의 구조도 튼튼해 진 것이고.
또한 주로 영화에서만 보아오던 황정민+김아중의 조합도 근사했다. 황정민의 연기는 '너는 내 운명'에서 보여줬던 연기의 장편 혹은 드라마 버전이었고, 의외로 황정민에게 밀리지 않을까 생각했던 김아중의 연기도 좀 들쑥날쑥하긴 했지만 좋았다. 김아중의 경우는 드라마 설정 상 좀 과장되어야 하는 분위기에서 오히려 너무 연기 같지 않고 현실적이어서 어색하기도.
결론적으로 '그바보'의 경우 시청율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다. 착하게만 살아서는 안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를 아주 그럴듯하게 실현시켜놓은 판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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