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자(2009) - ★★

보고듣고/영화/드라마 2009. 11. 8. 19:35 Posted by 주드

요즘 엽기적인 범죄들이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는 대한민국에서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한 '사형'이란 소재로 만든 영화임에도 전형적인 캐릭터들과 빤하고 신파스러운 스토리전개로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탄생해 버렸다.

이 영화의 주체는 범죄를 일으킨 범인도 아니고, 범인의 무차별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 가족들도 아니고, 범죄자들을 관리하는 교도소 교도관이다. 그리고 이런 설정으로 가능한 전개는 폭력적이고 무지비한 범죄자들을 관리해야하는 교도관들의 에피소드들과 자의든 타의든 '사형'을 집행함에 있어서 교도관들이 겪게 되는 정신적인 충격과 그 후유증들이다.

영화 '집행자'는 이러한 설정들을 진행함에 있어서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고자 몇 가지 장치를 해 놓았다. 먼저 20년 가까이 무기징역을 살면서 이젠 친구처럼 지내게 되어버린 한 사형수의 사형을 직접 집행해야되는 상황에 놓인 정년을 앞둔 교도관, 인간미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냉정했지만 사형을 집행한 이후 광기어린 모습으로 변해가는 배태랑 교도관, 비슷한 시기에 다른 의미의 삶과 죽음을 경험하게 되는 신참 교도관의 이야기들이 그 장치들이다.

이 영화는 이 세가지 이야기들과 '사형' 이란 제도의 당위성 혹은 모순이 얽혀 잘 굴러가는 듯 보이나, 결국엔 작위적인 설정들과 무리한 전개로 인해 힘을 잃어버리고 추락한다. 주먹구구식 법 제도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력범죄들과 이런 범죄들의 대처에 대한 비판도 섞인 꽤 묵직한 이야기이기에 오히려 더욱 중심을 잃어버리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가 끝날때쯤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많이 들렸던것으로 보아 대중의 마음을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었던 영화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렇다해도 영화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무거워 크게 흥행이 될 것 같진 않지만.


덧1. 조재현은 역시 '김기덕' 감독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듯. 이 영화 속에서도 충분히 광기있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뭔가 부족하고 아쉽고 그렇더라.

덧2.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을 죽이게 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충격을 다루고 싶었다면 이미 오랜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교도소의 이야기 보다는 지하철 기관사들의 이야기가 더 좋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는 그 순간, 그 지하철을 운행하던 기관사들이 자의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벌어진 일로 인해 느끼게 될 공포와 두려움과 상처와 죄책감이 난 상상도 안가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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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1004ant 2009.11.08 2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이즈 마케팅인지 무식 마케팅인지... 윤계상은 데뷔작 이후로 계속 내리막이네.. 덧글에 기관사 소재는 죽게되는 인물과 뭔가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괜찮을 거 같습니다.

    • BlogIcon 주드 2009.11.21 2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영화 보는 내내 윤계상의 그 인터뷰 발언이 생각나서 좀 웃기긴 했어요. 얼마전에 저와 만나고 헤어지던 친구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그런일을 겪었었죠. 좀 섬짓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