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추리소설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이미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드라마를 너무 인상깊게 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영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론적으론 역시나 예상했던것 처럼 원작이나 드라마에는 못미치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일단 원작이며 드라마에서는 결말이 먼저 보여진 후,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역 추적하는 형식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보면 이런 구성으로 된 작품들이 많은데, 결말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너무나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놀라울 정도다. 물론 소설이나 드라마 '백야행'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영화로 각색이 되면서는 이런 구성을 포기한 채 너무 일반적인 스릴러 형식이라 좀 식상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스포일러 주의)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주인공 미호와 요한의 관계가 너무 심하게 생략되고 축소된 점이다. 미호와 요한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이 되고, 요한은 왜 미호를 그렇게나 자신의 모든걸 바쳐서라도 지키고 싶어하며, 또 미호와 요한이 서로에게 어떠한 존재인지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자연스레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몰입도도 떨어질 수 밖에. 물론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내가 이미 드라마를 인상깊게 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원작 소설이나 드라마를 안 본 관객이 이 영화를 봤을때는 오히려 이들의 관계가 더욱 이해가지 않았을것 같기도.
또한 캐릭터들의 강약 조절이 제대로 안 된 점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위에서 언급한 미호와 요한의 경우도 그렇지만 이 둘을 쫒는 형사 역할이 영화속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강조된 느낌이었다. 이야기 흐름 상 형사는 이 둘 사이의 일들을 제 3자 입장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동정 혹은 연민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역할인데, 영화 속에서는 이 형사의 개입이 지나치다보니 그런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다. 또한 영화에서만 새롭게 등장하는 미호의 재벌 애인이나 그의 비서와 딸 등도 이야기를 산만하게 만들 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아, 불필요한 캐릭터들과 더불어 시도때도 없이 과하게 흘러나오던 음악도 마이너스 요소.
캐스팅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손예진은 이중적인 모습을 지닌 여자주인공 역할에 꽤 잘어울렸고, 오랜만에 보는 고수는 역시나 깊은 눈빛이며 슬픈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었다. 한석규의 경우 연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캐릭터의 과잉이었고.
원작이나 드라마를 떼어놓고 순수하게 이 영화만 본다면 생각보다 그렇게 나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자꾸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확실히 지금 보다 훨씬 더 좋을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 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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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는 내내 궁금했어 연인관계 아니면 고용 관계일까 영화가 끝날때 까지 궁금.......나름 미호와 요한의 관계를 정리해봤는데 시계 하나로 주고 고용한 관계로....
하하하하하. 이거 새로운 시각인데요?ㅋㅋㅋ 저는 드라마를 봐서 그런지 둘 사이의 관계는 알겠는데 확실히 영화에서는 많이 어필이 안되서 전체적으로 느낌이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아쉬웠어요.
다들 평도 별루라고하시고 흥행도 잘안된거 같은데 전 기대안하고 봐서 그런지 의외로 괜찮더라구요
소설을 미리 읽어서 그런걸까요
아마 일드 '백야행'을 보셨다면 또 다르셨을거에요. 저는 일드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오히려 영화에 대한 감흥이 좀 떨어졌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