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곤 감독은 확실히 소동극으로 포장된 로맨틱 코미디에 재능이 넘치는 감독인듯.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시작해서 '이층의 악당' 까지 그의 유머 코드는 정말 남다르다.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뭔가 허를 찌르는 개그라 황당하면서도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달까.
이번 영화는 스토리 자체가 너무 하나의 사건에 집중 되다 보니 주인공들의 멜로 코드(?)가 좀 느슨해져서 후반부의 결말이 좀 억지스럽기도 한데, 생각해보면 가장 안전한 전개 이기도 한 듯. 뭔가 무리수를 뒀다면 영화는 좀 더 독특해 질 수 있었겠지만, 대중영화로서 이 정도선에서 타협점을 찾은것도 난 괜찮았다.
무엇보다 반가운건 이번 영화로 확실히 재기에 성공한 듯 보이는 한석규의 모습. 그 동안 그가 해 왔던 작품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야말로 배우로서의 '감'을 확실히 되찾은듯 느껴졌다. 김혜수와의 조합도 굉장히 좋았고.
그리고 '이층의 악당'은 시나리오가 아주 영리한 작품. 공간이 거의 한 곳으로 집중되어 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아슬아슬 재치넘치게 잘 풀어냈다. 역시 아이디어만 좋아도 승산은 있는 듯. 특히나 지하실 시퀸스의 경우는 정말 압권이다. 개인적으론 올해 본 영화 속 장면들 중 베스트에 속함.
어느덧 연말이라 올해에 봤던 영화들 중 어떤 작품들이 좋았던가를 잠깐 생각했었는데, 그 리스트에 '이층의 악당'도 추가 해야 될 것 같다.
덧. 극장에선 제발 조용히 영화만 봅시다!! 내 뒤에 앉은 남자 둘이 영화 보는 내내 장면 바뀔때마다 소근소근 코멘트를 달아대는데(물론 나에게는 다 들림) 정말 환장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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