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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5.16 무산일기(2010) - ★★★★
  2. 2011.05.01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여기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라는 이 영화의 포스터 문구가 너무 절절하게 다가왔던 영화. 이 영화는 한마디로 '탈북자 청년의 남한 생활 적응기' 인데, 단지 '탈북자' 라는 사실 만으로 온갖 차별과 폭력을 견뎌 내면서도 '잘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어느 사회에서나 먹이사슬이 존재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영화 속 이야기에서 '탈북자' 라는 소재 보다는 '그래도 계속되어야하는 삶'에 대해서 말하려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화 속 주인공은 아무리 서울에서의 삶이 힘들고 고단해도 매일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속에 살아야 했던 무산에서의 삶보다 낫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점차 자신의 신념과 생각이 뒤틀리며 여기서고 저기서고 살아남기 위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버린듯한 주인공의 공허한 눈빛이 인상깊었다.

그렇기에 다소 급작스럽고 조금 의아하기도 했던 영화의 엔딩은 이러한 세상속에서 그가 느꼈을 허무함과 슬픔을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시키며 더 큰 공허함을 불어일으키는데 있어 적절한 연출이 아니었나 싶다.

올해 너무나 멋진 독립영화들을 자주 접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마누엘 푸익'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난 처음 영화로 이 작품을 보고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는데, 국내에서 연극으로 올려진다기에 좀 궁금했던 작품. 하지만 요새 주로 영화만 보다보니 좀 비싸다 생각되는 티켓 가격과, 이미 인기가 많아 표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소문을 듣고 포기하려던차에 마침 지인분이 티켓을 건네 주셔서 얼마전에 보고 왔다.

내가 봤던 연극은 김승대씨와 박은태씨 캐스팅의 공연. 이상하게도 공연이 시작됐음에도 좀 소란스럽던 객석이었는데, 배우들이 전혀 동요하지 않고 굉장한 집중력을 보여주어 연극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일단 공연의 내용과는 별개로 배우들이 참 멋지다고 생각됐던 순간.

그러나 원작의 각색에 있어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일단 원작을 모르는채 처음으로 이 연극을 접하는 관객들이 이 연극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이에 연장선상으로 원작의 해석에 있어서도 주인공들의 이념과 신념에 대한 고민들 보단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뭔가를 터트리기 위해 집중한 느낌이었다. 덕분에 '발렌틴' 이란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되어 그저 자기 살자고 주변 사람들 괴롭게하는 민폐 캐릭터로 느껴지기도.

무대 장치들의 활용은 좋았다.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보니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던건 아니었지만, 클라이막스 부분에 두 배우의 실루엣을 활용한 장치는 그 순간의 긴장감과 애틋함을 잘 살렸다. 모든 장면들 중 가장 신중하게 공들인 느낌.

기대가 커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하고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니 그 자체로 설레고 즐거웠던 공연이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무려 VIP티켓을 선사해 주신 지인분께도 감사.


덧. 이 공연을 봤던 아트원 씨어터 1관은 공연장 객석 구조가 정말 엉망이었다. 뒷쪽 자리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통로밖에 없었는데, 그 통로에도 객석을 만들어놔 모든 사람들이 뒷쪽으로 다 들어갈때까지 계속 비켜주고, 끊임없이 움직여줘야 했기 때문. 하지만 앞쪽이란 이유로 그 통로 자리는 무려 VIP석이었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