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뮤지컬 '아이러브유'를 보고 왔다. 포스터가 굉장히 낯익어서 꽤 유명한 작품이란건 알았지만, 처음엔 제목에서 전달되는 느낌으로 인해 좀 꺼려지기도 했다. '사랑으로 얽힌 남녀의 빤한 이야기' 란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내 단순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사랑으로 얽힌 남녀의 이야기는 맞았으나 빤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무조건 사랑을 예찬하는 작품도 아니었으니. 오히려 그 반대, 혹은 그 이상이었다.
이 뮤지컬은 1막과 2막으로 나뉘어져 총 20개의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2명의 남자배우와 2명의 여자배우 이렇게 총 4명의 배우들이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며 극을 진행시킨다. 무대 오른쪽 상단에서는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가 직접 뮤지컬에 들어가는 음악들을 연주하며 꽤 멋진 음악들을 라이브로 들려준다.
내가 이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그랬는지, 초반엔 이런 단편적인 구성들이 좀 적응되지 않았다. 하나의 이야기에 빠져들만할 때 쯤이면 끝나버리고 또 새로운 이야기들이 시작되어 뮤지컬 속 이야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냥 하나하나 흘려보내는 느낌 이었달까. 또한 전반적으로 모든 에피소드들이 평범한 남녀의 일상을 조금 과장되게 그려 굉장히 유쾌하고 코믹스런 요소들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웃다보니 어느새 1막이 끝나버렸던것 같다.
그런데 2막에 들어서자 난 이 작품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버렸다. 가벼운 농담처럼 재미있게 흘러가버린 1막과는 달리 2막은 좀 더 깊이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피소드가 끝날 때 마다, 배우들의 춤과 연기가 끝날 때 마다 박수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이 작품이 더욱 독특하게 다가 온 이유는 이런 단편적인 구성들과 함께 '뮤지컬' 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때로는 연극처럼 또 때로는 모노드라마 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극이 전개 된다는 점이다.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다양한 구성을 소화하기 힘들텐데도 굉장히 연기를 잘 소화해내어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역시나 남경주씨 연기는 정말 좋았다. 그가 대단한 배우라는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그의 연기를 가까이에서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 표정하나, 손짓하나에도 감정이 깃들여 있는 듯 섬세했다. 멋진 몸짓이며 목소리는 물론이고.
그리고 뮤지컬이 끝날 때 쯤에서야 알았는데, 남경주씨와 함께 나온 또 다른 남자 배우는 예전에 '하얀겨울' 이란 노래를 불렀던 남성듀오 'Mr.2'의 '선우' 씨더라. 역시 노래를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굉장히 좋았다.
무엇보다 평범하지만 그렇기에 돌이켜봤을때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들. 그것이 뮤지컬 '아이러브유'의 큰 장점인것 같다.
덧. 공연이 끝나고 팜플렛을 보면서 알았는데, 내가 봤던 공연이 이 뮤지컬의 첫 공연이었더라. 그래서 배우들이 더욱 열정적으로 공연을 하고 관객들도 열정적으로 반응했던 것 같다. 커튼콜을 한 서너번 정도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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