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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 - ![]()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북스피어 |
솔직히 말하자면 읽으면서 굉장히 불편하고, 불쾌했던 소설이다. '연애 소설과 미스터리의 완벽한 조화' 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어느정도 이 책을 기대했던 나는,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나도 어이없는 소설 속 캐릭터들과 설정들로 인해 헛웃음만 나왔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80년대 말 일본으로, 당시 대학생이던 한 청년이 우연하게 대타로 나간 미팅에서 한 소녀를 마음에 담으며 시작된다. 문제는 아무리 19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이 주인공의 사고방식이며 소설의 흐름이 지나치게 고루하고 권위적이다못해 이기적이고 어설프다는 점이다.
소설 속 주인공 남자의 사고방식은 '남자는 되지만 여자는 안돼(=나는 되지만 남들은 안돼)' 혹은 '남들은 어떻든 내 여자만 안그러면 돼' 라는 식이다. 게다가 이런 자신의 사고방식에 벗어나는 일들이 벌어지면 어떻게든 그 상황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하여 끝없이 자기 합리화를 시킨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남자와의 연애는 부럽기는 커녕 끔찍하다고 느껴질 정도.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기가차는 내용들로 가득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이없던 대목은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게되고 결국엔 낙태 수술을 받았는데, 그 시점에서 이 남자가 이 일로 인해 이제 여자친구를 봐도 자신의 성욕이 안 생길것 같다며 고민을 하는 부분이다.-_-; 그러다가 결국 그는 양다리를 걸치고 바람을 피는데, 그 상황에서도 자신은 원래의 여자친구를 조강지처로 생각한다는 등의 자기합리화를 넘어선 궤변을 늘어놓는가 하면, 결국 바람을 피는걸 여자친구에게 들키고 나서는 되레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자기 멋대로 끝을 내버리고는 그래도 한 쪽을 정리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등 정말 말 그대로 '막장' 이다.
물론 이 소설 속 서술자가 주인공 남자 이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에서 스스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담았다는 점은 이해하겠으나, 기분이 나쁠 정도로 너무나 이기적인 감정들에 어설픈 문체와 묘사방식이 더해지니 이건 뭐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 소설 읽다가 이렇게 흥분하기는 또 처음인 듯.
또 한 가지 어이없는 부분은 이 소설이 가지고 있다는 '미스터리' 요소다. 책의 내용은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와 여자의 연애 이야기 일 뿐인데, 무슨 반전이 있으며 트릭이 있다는지 이해할 수 없던 나는 책의 맨 끝 부분에 나와있는 해설부분을 보고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혹시나 이 책을 읽으실 분이 있을지 몰라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진 않겠지만, 그건 미스터리며 반전을 들먹거릴만한 내용이 아닌 그저 작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 설명을 들어야만 그제서야 이해가 되는 설정이라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게다가 소설에 등장하는 소품이라던가, 배경들이 너무나 일본스러워서(?) 우리나라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기도 했다. 또한 위에서 몇번 이야기 한 어설픈 문체와 묘사방식은 혹시나 한국어로 번역이 되면서 나타난 문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원서 역시 이런 내용이라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소설을 쓰고 출판까지 했는지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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