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 베르나르 베르베르

보고듣고/도서 2007. 10. 28. 13:55 Posted by 주드
파피용파피용 - 6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열린책들

처음 책을 받고는 두께에 놀랐는데, 두세시간 읽다보니 책의 반 이상이 훌쩍 넘어가 또 다시 놀랐다. 역시 이 작가는 천성 이야기꾼이다. 책을 읽으면서 무슨 이야기가 이렇게 성기고 어설픈가 생각했었는데, 그럼에도 난 빠져들었던거다. 그가 상상하는 방대한 이야기들에 말이다.

이미 썩을대로 썩어버려 희망이 없는 지구를 탈출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간다는 이 책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한다. 그뿐인가. 새로운 행성에 도착한 남자가 자신의 갈비뼈를 통해 새로운 여자를 만든다는건 노골적으로 '성경'의 패러디(?) 라 할만하다. 아, 물론 이 책에 대한 논점이 성경을 얼마나 활용했으냐는 아니다.

역시 이 책에서 내가 느낀것은 '변화의 필요성' 다. 이미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고 만족하며 변화를 두려워해서야 더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 이브는 다들 말도 안된다며 손가락질하는 지구탈출(?) 프로젝트를 기어이 진행하고 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태우고 새로운곳을 향해 가는것이다.

충격적인건 이 새로움을 향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기존의 관습과 통제에 진저리가나 떠남을 결심한 사람들이 결국엔 필요에 의해 그 관습과 통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수백년이 지나 최종 목표로 한 행성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결국 새로운 환경은 인간이란 종을 조금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수단에 불가한 것이다. '인간'이 변하지 않는이상 그 어디로 도피를 하더라도 끝내는 같은 상황의 반복이 아닐런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마지막 문장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다' 라는 문구가 이 책의 주제가 아닐까 싶다. 이젠 과거의 잘못들을 되풀이하지 말고 '변화' 해야 한다는것. 이것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렇게 '파피용' 이란 거대한 우주함선을 만들어 수천명의 사람들을 실어나르며 보여주려 했던것이 아닐런지. 아, 물론 이 모든것의 전제는 우리 모두가 아직 '인간'에 대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http://forget.tistory.com2007-10-28T04:54:54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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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10점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들녘(코기토)


단순히 책 제목이 맘에들어 선택하게 된 소설이다. 책을 받아들고는 아기자기한 표지에 한번 더 끌렸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뜨거운 무언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타고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마호로역 근처에서 심부름집을 운영하는 '다다' 라는 남자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심부름' 하면 좀 안좋은 쪽이 연상되는데, 일본에서는 말 그대로 귀찮고 힘든 일상적인 일들을 대행하는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다다가 주로 하는일은 청소하기, 애완동물 돌보기등의 가벼운 일들이다. 그러던 어느날, 다다는 우연하게 고등학교 동창인 교텐을 만나게 되고 심부름집에서 그와 함께 원치않는 동거(?)를 하면서 심부름집에 의뢰를하는 사람들을 만나 돈을 받고 그들의 요청을 들어준다. 하지만 이들이 해결해 주는건 확실히 단순한 사람들의 요청, 그 이상이다. 그들도 의도한바는 아니지만 다다와 교텐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은 너무나 상반되면서도 독특한 캐릭터다. 모든일에 성실하고 사려깊고 한편으론 소심한 다다와, 반대로 모든일에 게으르고 무관심하고 어쩔때는 대범하다 못해 무모하게 보이는 교텐. 누구나 사연은 있듯이 이 둘도 서로간에, 또 각자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서로 그 아픔을 숨긴채 태연한척 지내던 그 둘은, 심부름집에 무언가를 의뢰한 사람들의 문제에 개입하게 되면서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서로 마음을 열게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다다와 교텐의 심부름가게에  무언가를 의뢰한듯한 느낌이었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그들이 내 의뢰를 해결하는 과정같아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다 읽고나서는 뭔가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은듯한 느낌마져 들었다.

결국 이 책이 나에게 준 교훈은 누구나 외롭고 힘들지만 누구나 희망을 잃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행복은 재생된다' 라는 다다의 마지막 독백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덕분에 지금까지 내가 진정으로 행복을 바란적이 있었던지, 평범한 오늘을 탓하기만 하며 정작 노력한적이 없었던건 아닌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주변에 무기력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다 심부름집에 한번 의뢰를 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아주 조금씩 마음이, 그리고 생각이 변하는걸 느낄 수 있을거라고.

http://forget.tistory.com2007-10-24T14:14:05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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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당신의 드라마다
김윤진 지음/해냄(네오북)

나는 '에세이'를 별로 안좋아한다. 특히 연예인이 쓴 것은 더더욱. 그런데 배우 김윤진이 썼다는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평소 그녀가 이루어낸 성과가 국내에서는 너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배우'로서의 화려한 모습과 '연기' 에 대해 고민하고 도전하는 숨겨진 모습들. 나는 이 두가지를 다 생생하게 풀어놓기에 배우 '김윤진' 이 걸어온 길은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예상했던대로 책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책을 받아들고 몇시간만에 한권을 다 읽어 버릴 정도였으니. 완벽하게 짜여진 소설이나 자기계발서들 처럼 전형적으로 틀에 맞춰진 책은 아니었지만, 간간이 보이는 오타들이나 문맥상 맞지 않는 구절들이 오히려 그녀를 더 친근하게 느끼는데 도움이 되었던것 같다.(책 내용에 의하면 그녀는 아직도 한국어로 글을 쓰는것에 서투르다 한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배우 김윤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그녀가 헐리웃 진출을 하면서 실제 느끼고 경험했던 이야기 들이다. 그녀는 '쉬리'로 국내에 얼굴을 알리고 '밀애'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음에도, 국내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뒤로한채 헐리웃 진출을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생각되는 부분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들고 자기소개서를 외워가면서 헐리웃에서의 오디션을 준비했고, 몇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그녀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기회를 잡게 되었다. 그 작품이 바로 드라마 '로스트'.

로스트에 관한 이야기들은 그동안에도 많이 들었으나 이 책에도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있다. 몇가지 이야기 하자면, 드라마에서 김윤진이 맡은 '선(sun)' 역할이 원래의 대본에는 없었으나 김윤진의 오디션을 본 감독이 그녀를 위한 한국인 역할을 따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 방송사상 처음으로 '선'의 에피소드가 80% 이상 한국어로 방송되었으며(미국인들은 자막을 읽기 싫어하는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파격적이라고 한다.) 그 이면에는 배우 김윤진의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 받았던 것중에 하나가 바로 그녀의 이런 모습이다. 단순하게 개인의 영광을 위해 헐리웃에 진출해 주어진 역할만 충실하게 했던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기로 인해 많은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재미교포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려 노력했다는 점 말이다. 로스트 속 '선'의 역할이 초반에 남편에게 꼼짝 못하는 전형적인 한국여자 캐릭터(?) 라는 소문을 듣고 이 대단한 드라마를 포기 할 생각까지 했다고 하니 그녀의 결심이 어느정도 였는지 짐작이 될만하다.

그 외에 로스트에 그려진 한국의 모습이 한국적이라기 보다는 중국과 일본을 섞어 놓은듯한 느낌으로 그려진것에 대한 아쉬움, 또한 헐리웃에서 일하는 유색인 배우로서의 느낌, 그리고 예고없이 로스트의 주인공 캐릭터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면서(역할이 사라지면서) 느끼게 되는 위기감 등..책을 보다보면 내가 '읽고 있다' 는 느낌보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순식간에 빠져들 수 밖에.


평소에도 관심이 있던 배우였지만, 이번 책을 읽으니 그녀를 더욱 응원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배우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도전은 정말 힘든일인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히고 쟁취하는 그녀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책 제목 '세상이 당신의 드라마다' 는 참 공감가는 말이다. 단, 스스로의 드라마를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들어갈지, 지루하고 따분하게 만들어 갈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덧. 이렇게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블로그 플러스 분들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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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레드 - 로렌 슬레이터

보고듣고/도서 2007. 8. 21. 09:55 Posted by 주드
루비레드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영희 옮김/에코의서재

오랜만에(?) 회사 독서그룹 CBC에서 읽은 책 리뷰다.

8월 셋째주에 읽은 책은 로렌슬레이터의 '루비레드' 이다. 강렬한 붉은색의 표지도 흥미롭고 제목도 멋지다고 생각했던 책. 게다가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란 책을 흥미롭게 읽어서 같은 저자가 쓴 '루비레드' 라는 책에 대해서도 기대가 컸다. 결론적으로 그 기대가 채워지진 않았지만.

솔직히 나는 '루비레드' 라는 책을 읽는 내내 상당히 불편했는데, 그 이유는 첫번째로 각각 이야기들의 전개가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 책은 하나의 이야기를 심리학적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형태가 아니라 저자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심리를 사람들에게 늘어놓는 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더 흥미로울수도 있는 전개 방식인데, 나는 사실 이해가 잘 안가더라. 때문에 책의 내용에 공감을 하기도 어려웠고, 그래서 재미를 느끼기 보다는 책을 읽는 내내 좀 당황스러웠다.

두번째로, 이 책이 재미있을것이라 생각한 이유가 '동화 백설공주의 심리학적 재해석' 이란 책의 홍보문구를 보고서 였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15편의 동화중에서 제가 알만한 동화는 2~3편 정도밖에 안되더라. 원래의 동화 내용을 알아야 이 책에서는 어떻게 변형을 시켰는지 알 수 있었을텐데 그걸 알 수 없어서 조금 답답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갈 수 있도록 풀어갔으면 더 재미있었을거란 아쉬움이 남았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라는 책을 읽을때는 로렌 슬레이터 라는 저자가 글을 참 잘쓴다고 생각했었는데, '루비레드'를 읽어보니 그녀는 역시 작가가 아니라 심리학자 더라. 만약 로렌 슬레이터의 심리분석을 바탕으로 조앤 K. 롤링(해리포터의 저자)가 기존의 동화들을 재해석 했다면 정말 흥미로운 책이 나왔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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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에코의서재

CBC를 통해 읽은 세번째 책.

나는 심리학 책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평소 내가 알지 못한 내 행동의 이유, 혹은 스스로는 알고 있더라도 제대로 서술하지 못하는 내 행동들의 이유를 놀라울 정도로 잘 설명하고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역시 일주일에 읽기 벅찬 양과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참 재미있게 읽었다. 마치 내가 책에 등장하는 10가지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는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 10장면이 소개되는데, 실험 하나하나마다 꽤 논쟁적인 이슈를 던지고 있다. 더 흥미로운것은 지금까지 이 실험들을 통해서 밝혀진 것들이 '정답' 일 수 없다는거다. 몇 십년 혹은 몇 백년 뒤, 또 어떤 심리학자가 어떤 실험을 통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심리학 이론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과 심리학이 발전한다 해도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인간의 심리를 과연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인간이 재미있는 존재이자 흥미로운 실험대상이 아닐런지?


덧. 다음주 회사 독서그룹에서 읽을 책은 구사카 기민토의 '미래를 읽는 사람 못 읽는 사람' 이다.
이번엔 또 어떤 내용의 책일지 살짝 기대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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