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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08.03.03 숨(2007) - ★★★★ (2)
  2. 2008.02.17 추격자(2008) - ★★★★ (22)
  3. 2007.11.19 두번째 사랑(2007) - ★★★ (4)

숨(2007) - ★★★★

보고듣고/영화/드라마 2008. 3. 3. 20:38 Posted by 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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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재도 김기덕 감독이 만들면 이렇게 다르다는걸 보여 준 영화. 처음 '숨'이란 영화 이야기를 들었을때 소재의 비슷함으로 인해 자연스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떠올렸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두 영화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의미 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지향하는 관점 자체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런 단순한 플롯에 이런 메타포를 넣어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낸 것 자체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야기의 구도는 사형수 '장진'과 주부 '주연'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아내와 두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장진은 감옥에서 자살시도를 하고, 병원으로 실려간다. 그리고 우연히 그 뉴스를 본 주연은 다른 여자와 바람 난 남편과 싸우다가 집을 나와서는 무작정 장진을 면회하러 교도소로 향한다.


영화속에선 장진이 왜 사형선고를 받았는지, 주연이 왜 그를 찾아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서로를 통한 스스로의 소통이 중요할 뿐이다. 그렇기에 남편 앞에서는 말 한마디 안하던 주연이 장진 앞에선 자신의 상처를 하나씩 토해내며 마치 자신이 알고있고 갖고있는 모든걸 그에게 보여주려 하고, 그동안 장진이 자살 시도를 통해 생긴 목의 상처가 점점 아물어가는 것 처럼 그의 마음이 조금씩 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숨'은 김기덕 감독의 전작 '빈집'과 많이 닮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 중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그렇지만, '숨' 역시 일상이나 현실과는 거리가 먼... 뭔가 비정상적이고, 상식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장진이나 주연의 캐릭터만 봐서는 거의 '김기덕식 판타지'라고 불러도 될만한 상황. 그런데 여기에서 이런 환상을 깨는 장치가 '보안과장' 이란 캐릭터다. 주연이 처음 장진을 만나기 위해 교도소에 찾아온 순간부터 면회를 하는 순간마다 교도소의 '보안과장'이 감시 카메라를 통해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3인칭 시점이 등장하기 때문. 놀라운건 감시 카메라 모니터에 조금씩 비치는 보안과장의 모습이다. 처음엔 단순히 관음증을 가진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생각해보니 이런 장치를 통해 이 영화가 지닐 수 있는 비현실성을 경계한것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는건 '보안과장'역할을 김기덕 감독이 직접 연기했다는 것.

대사 한마디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 모든걸 이야기 해낸 '장첸'도, 소름끼치도록 날이 선 연기를 보여준 '지아' 라는 배우도, '시간'에 이어 두번째로 김기덕 감독 작품에서 만나는 '하정우'도 영화 속 캐릭터들에 참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마치 초현실주의 작가의 그림을 보는 것 처럼, 잠시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숨막히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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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각본, 연기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진 영화. 어느것 하나 느슨해질 틈 없이 끝까지 밀어붙인다. 덕분에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숨이 찰 정도.

이 영화엔 한명의 연쇄살인자와 그를 쫒는 한명의 추격자가 등장한다. 범인을 잡는것을 직업으로 하는 경찰보다 당장 그 살인자로 인해 자신의 일에 지장을 받고 있는 추격자의 광기가 살인자를 자극시킨다. 더욱 흥미로운것은 살인자를 잡는것 보다는 그의 행적을 밝히고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나홍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추격자'는 분명 국내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인상깊게 기억될 수작이다. 그가 장편 데뷔를 하기 전 만든 단편영화들을 보면 결코 이 영화가 우연하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란걸 알 수 있다. '완벽한 도미요리' 라는 단편영화에 등장하는 광기어린 집착의 요리사는 자연스레 연쇄살인마를 쫒는 추격자에 투영된다. 그러니 이 작품과 감독을 보며 '지리멸렬' 이란 단편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봉준호 감독'과 그의 장편 데뷔작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는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나에게 이 영화가 가장 크게 어필했던점은 단순하면서도 힘있는 플롯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한 길로 흘러가는 이야기. 그럼에도 긴장감이 살아있는건 뛰어난 상황 설정이다. 흡사 미국드라마 '24'의 주인공이 매 시간 위기를 겪으며 항상 내부의 적들에게 뒤통수를 맞는것처럼, '추격자' 역시 계속적으로 살인자의 뒤를 쫒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면서 정작 살인자는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제3자 입장에서 이 둘의 상황을 모두 지켜보는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쥘 수 밖에.

살인자 역할의 하정우와 추격자 역할의 김윤석 역시 이 영화를 뛰어나게 만드는 큰 축이다. 하정우는 언젠가 처음 봤을때부터 양면성을 지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추격자'에서 그 느낌을 명확하게 증명해 보인다. 이 역할에 그가 아닌 어떤 배우를 대입해 보아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 만큼, 놀라울 정도로 잘 소화해 냈다. 또한 김윤석 역시 기대 이상이다. 단순하게 시작된 추격이 점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살인자에 대한 광기로 변해가는 과정이 그 어떤 영화 속 캐릭터들 보다 인상깊다.

'추격자'의 등장으로 대부분의 국내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반전 공포증'과 '블럭버스터 공포증'이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없어도, 최대 제작비를 갱신하지 않아도 기본만 탄탄하면 이렇게 멋진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추격자'가 증명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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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감독 작품이란 것과 하정우가 나온다는 이야기만 듣고 봤는데, 꽤 재미있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왠지 진부하게만 느껴졌던 영화의 제목이 새롭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난 이 영화를 결말이 상당히 세련된 멜로 영화라 소개하고 싶다. 이런류의 영화들은 대부분 결말을 너무 진부하거나 엉뚱하게 만들어 영화 전체를 망치기 쉽상인데 말이다. 이 정도의 엔딩이라면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한 몇몇 작위적인 설정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사실 내가 이 영화를 좋게 봤던 이유 중 하나가 배우들의 목소리였다. 주연인 베라파미가, 하정우, 데이빗 맥기니스... 모두들 목소리가 어찌나 좋은지 대사를 듣는순간 바로 영화에 몰입이 되더라. 그리고 반대로 맘에 안들었던건 시도때도 없이 등장했던 음악들. 음악 자체는 굉장히 분위기 있고 좋았으나, 너무 자주 반복적으로 나오니 심각한 분위기가 우스워지는(?) 역효과가 나더라.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영화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마켓팅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나름 심각하다면 심각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홍보용으로 뿌려진듯한 아래의 동영상은 좀 깨지 않는가.
여배우가 귀엽고 괜찮다는건 알겠는데, 이건 당최 영화 컨셉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나.




그나저나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멜로 영화들에 계속 관심이 가는걸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