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준, 이해영. 이름이 비슷해서 도대체 무슨관계일까 상상하게 되는 이 두명의 시나리오작가는 공동집필에서 나아가 감독데뷔까지 함께 치뤄냈다.

작가 출신의 감독들답게 데뷔작은 시나리오에 많은 비중을 두는 '드라마'다.
이 영화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한 소년의 성장기' 인데 여기서 재미있는 설정은 소년이 '남자'로 성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여자'가 되기위한 성장의 과정이란 거다.

영화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나가면서도 여자가 되고싶은 소년 '오동구'의 험난한 상황들을 결코 가볍지않게 그려내고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웃으면서 즐거워하던데, 내가 마냥 그들처럼 웃고만 있을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고 말이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어떻게 보면 '퀴어영화' 인데, 다소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 쉽게 건들기 힘든 주제를 부담스럽지 않게 잘 풀어낸 두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끔 중간중간에 조금 엉성하고 감독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몇몇 장면들이 보이긴 했지만, 연출로서는 '신인'인 만큼 앞으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클것이라 기대하게되는 데뷔작 이었다.

'쉬리'의 성공 이후, 우리나라 영화계는 계속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블록버스터급의 영화만을 만들기에 바빴지만 이미 여러번 실패한 경험에서 보다시피 영화의 핵심인 '이야기'를 무시하고 기술만으로 승부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고 본다.

오히려 탄탄한 스토리에 기반을 둔 '천하장사 마돈나' 같은 작은 영화들이 앞으로 한국영화가 지향해야될 방향이 아닌가 싶다.
예상하기론 이 영화가 크게 흥행할 것 같지는 않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다.

뱀발~
- 영화 오프닝씬에 어린 동구가 마돈나의 'Like a vergin' LP를 듣는 장면이 나오는데, 원래는 마돈나의 'Like a vergin' 뮤직비디오를 보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뮤직비디오 판권이 너무 비싸서 결국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설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참고로 '천하장사 마돈나'의 영어 제목은 'Like a vergin' 이다.

- 영화속에 동구가 짝사랑하는 일어선생님으로 특별 출연한 '초난강'은 한국에 입국 후, 다음날 촬영을 위해 밤새도록 캐릭터를 연구해서 이틀만에 무리없이 촬영을 마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에 두 감독들은 그가 우리나라의 '형용사'의 느낌을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는 유일한 외국배우라며 감탄했단다. 정말이지 영화 속 그의 모습은 아주 특별했다.